노벨물리학상과 노벨화학상 수상자 다섯 명이 이달 말 서울에서 한자리에 모인다. 1988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하르트무트 미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분자막생물학연구소장,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2017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요아힘 프랑크 미 컬럼비아대 교수 등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를 오는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연다고 11일 밝혔다.
이 행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노벨프라이즈 아웃리치가 공동 주관한다. 노벨프라이즈 아웃리치는 스웨덴 노벨재단 산하 과학문화 확산 기관이다.
올해는 ‘미래 교육: 과학과 기술 탐구’를 주제로 국내외 석학 30여 명이 참석한다. 노벨상 수상자 다섯 명은 따로 발표하진 않고 ‘기술과 인공지능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을 주제로 짧은 토론에 참여한다.
프랑크 교수는 전자현미경의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바꾸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1981년 완성했다. 그의 연구 성과 덕에 분자를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가 극적으로 열렸다. 레빗 교수는 컴퓨터생물학 창시자로 불린다. 소프트웨어로 DNA와 단백질을 연구하는 방법을 선도했다. 특히 가까운 원자엔 양자역학을 적용하고 먼 원자엔 고전역학을 적용하는 분석 방법을 창시했다. 이는 현대 화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이어졌다.
미헬 소장은 모든 생명체 생존에 필수적인 식물 광합성 과정을 처음 밝혔다. 1982년 세포막에 붙은 단백질을 분리해 이를 결정체로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후 요한 다이젠호퍼와 로베르트 후버가 분광학적 방법으로 이 결정체 구조를 밝히면서 유기물 인공 합성의 길이 열렸다. 이 기술이 식물의 광합성 과정 규명으로 이어져 세 과학자는 1988년 노벨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스무트 교수는 1989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쏴 올린 인공위성 COBE를 관측해 우주배경복사 온도가 방향에 따라 10만분의 1 정도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주배경복사는 우주가 대폭발(빅뱅)한 후 차갑게 식어가며 확장을 거듭해 균질한 온도(약 2.7K)에 이르렀다는 이론이다. 스무트 교수가 발견한 우주의 미세한 비균질성은 우주와 은하, 별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
노보셀로프 교수는 2004년 스카치테이프 접착력을 이용해 흑연 표면 한 개 층을 떼어내 2차원(평면) 구조의 육각형 탄소화합물 ‘그래핀’을 최초로 발견했다. 이 공로로 2010년 스승 안드레 가임과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는 2001년 맨체스터대에서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가임과 연구를 시작한 지 4년 만에 이런 성과를 냈다. 36세 나이에 노벨상을 받으면서 1973년 이후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국내 저명한 과학자들도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김기남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회장, 국내 스핀 공학의 선구자 신성철 전 KAIST 총장(현 외교부 과학기술협력대사),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등이다. 삼성 반도체 신화의 주역인 김 회장은 ‘기술과 교육’을 주제로 강연한다. 김 회장은 2017년 처음 열린 제1회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유치 및 진행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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