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이성에게 일방적인 구애를 경험한 여성들이 남성보다 3배 높았다. 또한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스토킹 범죄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아름다운재단과 함께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젠더폭력 특별 설문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10일 밝혔다.
설문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11%는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했다. 남성(3.4%) 3배가 넘는 수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의 경우 일터에서 원치 않는 구애를 경험한 비율이 14.7%로 여성 직장인 평균(11%)보다 높았고 정규직 남성(2.5%)보다는 5.8배 높았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구애가 스토킹 범죄로 발전할 위험이 있는 만큼 구애 행위가 직장 내 성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명확히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사전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사에 참여한 직장인 중 44.5%도 일방적 구애 상황을 막기 위해 상사와 후임 간 사적 연애를 금지하는 취업 규칙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불어 직장 내 성범죄 및 젠더폭력 피해를 당하더라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인 2명 중 1명(48.2%)은 직장 내 성범죄 피해 후 '회사가 보호해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10명 중 7명(73.8%)은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여성의 64.1%는 '회사 보호 부재'를, 87.4%는 '국가 보호 부재'를 예상했는데, 이는 남성들보다 각각 20% 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 수치다.
또한 직장인 여성 83.7%는 한국 사회가 여성이나 성소수자 등 약자에게 안전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가씨', '아줌마', '아저씨'와 같은 성차별적 호칭을 불린 경험도 여성(55.9%)이 남성(12.4%)보다 많았다. 특히 비정규직 여성(60.3%)이 정규직 여성(50.7%)보다 많았다. 임금 수준에 따른 차이도 있어 월 500만원 이상 받는 직장인의 16.4%가 성별에 따른 부적절한 호칭을 들었지만, 300만∼500만원 22.6%, 150∼300만원 38.4%, 150만원 46.2% 등 임금이 적을수록 그 비율이 늘어났다.
"여자가 이래선 안 돼" 등 성차별적 편견에 기반한 혐오 표현을 들어봤다는 여성 직장인도 45.1%를 차지했다. 같은 질문에 남성 직장인은 14.2%만이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직장갑질 119 측은 "하나의 극단적 젠더 폭력이 발생했다면 그에 앞서 부적절한 호칭, 구애 갑질 등 수많은 성차별 괴롭힘이 있다"며 "직장의 젠더폭력 근절은 성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대책 마련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