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경기 안산 반월공단에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디케이앤디 사옥. 국내 대표 합성피혁(인조가죽) 기업답게 입구에 들어서자 고급 세단 내부에서 맡을 수 있는 가죽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 공장 한쪽의 책상에는 전 세계 고객사에 보낼 샘플 수백 장과 설명서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최민석 디케이앤디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죽은 피부와 직접 맞닿는 민감한 소재”라며 “옷감, 소파, 자동차 시트, 전자기기 커버까지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디케이앤디는 합성피혁, 부직포, 스포츠용 모자 등을 생산하는 회사다.
2000년 디케이앤디의 전신인 동광화성을 설립한 최 대표가 합성피혁에 혼신의 힘을 쏟은 이유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이전까지 동물 표피가 원재료인 천연가죽은 사체 부패를 막기 위한 방부 처리, 지방과 털 제거를 위한 화학 처리 때문에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를 대체하고자 개발된 합성피혁도 환경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반면 디케이앤디의 합성피혁은 친환경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재활용 원단 제품, 바이오매스(식물성) 제품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개발한 끝에 유럽 섬유환경인증인 ‘OEK-TEX’ 1등급을 획득했다. 1등급은 3세 이하 영유아의 피부에 닿아도 무해하다는 인증이다.
디케이앤디가 경쟁력을 지닌 또 다른 제품인 부직포는 직조공정을 거치는 대신 원료 섬유를 다양한 방식으로 붙이거나 얽어 만든 시트 모양의 천이다. 디케이앤디는 ‘니들펀칭’ 기법으로 부직포를 만든다. 특수바늘을 이용해 원료 섬유를 3차원으로 교락하는 방식이다. 접착제를 쓰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인 데다 바느질 횟수나 바늘 두께에 따라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할 수 있다.
베트남 공장의 니들펀칭 부직포 생산 능력은 세계 1위다. 4개 라인에서 월 1400㎞ 길이의 부직포를 생산한다. 신발 1300만 켤레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납품처도 다양하다. 나이키, 아디다스, 막스마라, 몽클레르, 컬럼비아, PGA 골프, 스톤아일랜드, 룰루레몬, 뉴발란스, 아식스, 캘빈클라인 등 패션업계가 먼저 알아봤다. 현대자동차·기아, 르노, 델타항공, 보스, 소니, 파나소닉 등 자동차, 항공, 가전 업체로 고객사도 다양해졌다.
최 대표는 2021년 모자 전문기업 다다씨앤씨를 인수했다. 다다씨앤씨는 스포츠 모자 세계 점유율 1위(45%)를 기록한 회사로, 한때 5000만 개 이상의 모자를 수출했다. 미국 4대 스포츠(MLB, NFL, NHL, NBA) 선수와 프로골퍼에게 모자를 공급했다. 하지만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최 대표에게 인수됐다. 생산량은 인수 전 월 70만 개에서 노후 설비를 자동 설비로 교체한 뒤 월 120만 개까지 늘었다. 디케이앤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1106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329%나 뛴 115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협회 부회장직도 맡고 있는 최 대표는 “매출 중 해외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로 수출에 기여하는 기업”이라며 “2025년에 매출 1500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산=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