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특수검사)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요구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연초부터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조치를 비판하고, 이를 통해 정부·여당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을 흡수하는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9개월 동안 이어진 투쟁과, 오염수 방류에 부정적인 여론에도 민주당 지지율의 개선이 더디자 지도부 차원에서 집중 규탄의 대상을 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보라인 교체 앞두고 해임요구안 꺼낸 野
민주당은 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방해 및 은폐 진상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을 당론 채택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인사말에서 "채 상병이 순직한지 50일이 지났지만 대통령실과 국방부, 군검찰의 행태는 의혹을 키우고만 있다"며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순직의 진실을 규명하고 수사 외압의 실체가 누구인지 반드시 가려내겠다"고 말했다.민주당이 준비한 특검안은 특검 후보 4명을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하고, 이중 민주당이 2명의 후보를 채택해 대통령에게 제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종 특검의 선택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주어진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의총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해임 요구안을 당론 채택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 장관의 해임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장관 탄핵소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의총이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다음 주 초에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대통령실 안보 라인 교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면서 "탄핵까지 신속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국방부 장관 해임을 하도록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실도 문제가 있다는 판단으로 안보 라인을 교체하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 장관과 국방부 차관, 외교안보실 2차장 등 안보라인의 대대적인 교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답보상태서 오염수 사태서 선회하나
민주당은 그간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규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열흘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단식 종료 조건 가운데도 일본에 대한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가 있다.
문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향한 국민의 여론이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됐다는 점이다. 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7일 라디오에 나와 "이재명 대표가 단식이라는 마지막 수단까지 꺼내들었지만 정부는 움직이질 않고,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그대로"라며 "대표가 단식을 중단하고 결단(사퇴)을 내려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시점에 채 상병 특검과 국방부 장관 해임 요구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민주당의 '전략 변화'를 시사한다. 채 상병 사고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이슈를 둘러싼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확인되는 만큼, 보다 시의성이 있는 화제로 공세를 전환하는 것이 사실상 답보상태에 놓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한 출구전략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절대 아니고, 당 차원의 공식적인 문제제기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산적한 현안이 많고, 지지층 내부에서도 민주당이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은폐 의혹 등을 충분히 다뤄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