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후계자’로 알려진 가치투자자 세스 클라먼(사진)의 바우포스트그룹은 올 2분기 주가수익비율(PER) 100배가 넘는 아마존 주식을 다시 매수했다. 바우포스트의 2분기 포트폴리오에서 나스닥 기술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60%가 넘는다. 또 ‘비트코인 회의론자’로 알려진 클라먼은 암호화폐거래소 주식 비중을 더 늘려 전형적인 가치투자 스타일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우포스트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56억1494만달러(약 7조4000억원)의 주식을 들고 있고, 상위 10개 보유 종목이 포트폴리오의 76.97%에 이를 정도로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한다. 특히 통신업종 비중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46%에 달한다.
○아마존, 암호화폐거래소 비중 확대
바우포스트그룹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달 11일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에 따르면 2분기 포트폴리오에서는 자동차 부품회사 가렛모션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주식으로 3.05% 늘렸다.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아마존 주식이다. 지난 1분기 아마존을 모두 매도한 뒤 2분기 다시 매수하면서 2.24% 증가했다. 평균 매입가격은 130.36달러로 현재 주가(1일 기준)는 138.12달러 수준이다.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약 109배로 가치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시장 평가다.
바우포스트그룹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주식인 코인베이스의 주식을 추가로 늘렸다. 작년 4분기부터 담기 시작해 올 2분기엔 전분기 대비 0.99% 더 매수해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1.51%로 끌어올렸다. 바우포스트가 보유한 전체 29개 종목 중 16번째(8300만달러)로 많은 금액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클라먼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 세계가 비트코인 및 밈 주식 등 트렌디한 거품 같은 투자에 지배되는 상황에서 건전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럼에도 코인베이스 주식을 사들인 이유에 대해 그는 “5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부채는 그보다 적다”며 “스마트한 일을 하고 있고, 현금 흐름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 피델리티내셔널인포메이션서비스(FIS)와 SS&C테크놀로지 주식을 1분기보다 각각 2.1%, 0.85% 추가로 늘렸다.
○달러제너럴, CRH 등 신규 편입
클라먼이 2분기 새로 포트폴리오에 담은 주식들도 눈에 띈다. 할인 유통업체 달러제너럴, 철도회사 유니온퍼시픽, 건축자재회사 CRH(ADR)가 바우포스트의 신규 편입 종목으로 이름을 올렸다.달러제너럴의 평균 매수가격은 주당 169.78달러로 0.75%를 담고 있다. 하지만 최근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아 현재 주가(1일 기준)는 130.27달러 수준이다. PER 13배로 경쟁사인 달러트리(21배)보다 저렴한 편이다.
포트폴리오의 0.65% 비중을 차지하는 유니온퍼시픽은 최근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지만 7월 말 최고경영자(CEO) 교체 소식에 주가가 급등했다. 아일랜드에 본사를 둔 건축자재 업체인 CRH는 매출의 4분의 3을 미국에서 올리고 있고, 상장주식을 뉴욕증권거래소로 옮기고 있다. 미국 동종업체들과 비교해 싼 주식으로 부각돼 주요 헤지펀드가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클라먼은 2분기 주가 흐름이 부진하거나 단기 급등한 기술주는 일제히 덜어냈다. 작년부터 주가 하락세인 무선주파수(RF) 솔루션 업체 코보 주식은 3.32% 매도했다. 2분기 말 기준 주가가 102.03달러로 평균 매입가격(117.41달러)을 밑도는 수준이다. 올 들어 크게 오른 알파벳 주식은 전분기 대비 1.53% 덜어냈다. 알파벳의 평균 매입가격은 주당 95.59달러로 6월 말 기준 120.97달러까지 올랐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