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때 쟁여두고 더 많이 먹을 걸 그랬어요. 다시 만들어주면 안 되나요.” “베트남 여행 갔다가 마트에서 쓸어왔어요. 해외 나간 김에 일부러 사 온 거예요.”
2016년 출시된 삼양식품 ‘불닭볶음탕면’은 불닭 맛에 마늘 풍미를 추가한 걸쭉한 국물로 마니아들 입맛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오리지널 ‘불닭볶음면’과 비교하면 국내 매출이 크지 않아 2년이 채 안 돼 단종됐다. 초기 반응이 좋았던 해외 시장에서만 판매를 이어갔는데, 이 제품이 지금 대박이 났다.
최근 매운맛 열풍이 불면서 제품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올해 국내 시장에 불닭볶음탕면을 다시 선보인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 이커머스를 통해 역직구를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국내 출시 요구가 빗발치자 판매를 결정한 것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재출시한 불닭볶음탕면은 3개월 만에 600만 개 넘게 팔려나갔다. 수출용으로만 생산되다가 인기 유튜버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맛보고 있다는 ‘먹방’ 영상을 올리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도 역직구 후기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공유되면서 다시 제품명이 알려졌다. 삼양식품 공식 홈페이지에 불닭볶음탕면을 재출시해 달라는 글이 1000건 넘게 올라왔을 정도로 요구가 컸던 만큼 흥행에 불이 붙었다.
이처럼 판매 종료로 자취를 감춘 인기 제품이 소비자 요청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좋아하는 상품과 브랜드를 적극 소비하는 ‘팬슈머’(팬+컨슈머)의 영향력이 커지자 식품 업계가 적극적으로 재출시 요청에 화답하면서다. 기업 입장에서 기존 제품 재출시는 검증된 상품으로 매출 증진을 꾀할 수 있고, 소비자와 소통한다는 이미지도 부각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롯데웰푸드가 8년 만에 다시 내놓은 ‘립파이초코’도 100일 만(8월 말 기준)에 180만 케이스 넘게 팔리며 인기몰이 중이다. 회사 내부에서도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이라는 반응이다. 2006년 처음 나온 립파이는 2015년 단종됐으나 재출시 요청을 받아들여 올해 5월 다시 선보였다. 이 제품은 비스킷 아랫면에 가나산 카카오빈을 원료로 한 초콜릿을 코팅해 기존 제품보다 달콤한 맛을 더했으며 페이스트리 반죽을 1080분간 저온 숙성시켜 발효버터 풍미를 살리는 등 기존보다 맛과 품질을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식품은 ‘녹차 베지밀’을 13년 만에 재출시, 한정 판매하고 있다. 2000년 나온 녹차 베지밀은 팩, 캔, 병 등 다양한 용기로 판매되면서 2억2500개 넘는 누적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2010년 단종됐다. 이후 꾸준한 재출시 요청을 받아온 정식품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아 녹차 베지밀 한정판 제품을 선보였다. 재출시한 녹차 베지밀은 제주에서 재배한 유기농 녹차를 함유해 산뜻한 맛을 살리는데 역점을 뒀다.
주류업체 국순당이 2년여 만에 다시 내놓은 '백세주 조선하이볼 기획세트'는 주류 소비 트렌드에 따라 재출시한 경우다. 2020년 12월 백세주와 토닉워터, 레몬, 얼음으로 만든 '조선하이볼'이 인기를 끌자 백세주와 하이볼 잔으로 구성된 한정 세트를 출시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하이볼이 대세 주류로 부각되면서 문의가 잇따르자 재출시한 것이다.
이처럼 기업들은 단종됐던 과거 히트 상품을 잇따라 재출시하며 다양한 재판매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미 검증된 제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을 예측하기 힘든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보다 위험 부담도 적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추억의 제품을 다시 내놓을 경우 기성세대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젊은 세대에는 신선함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SPC삼립이 1990년대 열풍을 일으켰던 ‘포켓몬빵’을 16년 만에 재출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포켓몬빵은 재출시되자마자 199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2030세대 중심으로 ‘띠부씰 수집’ 열풍을 몰고 왔다. 재출시 40일 만에 1000만개 이상 팔렸고,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시즌2가 나오기도 했다. 포켓몬빵 배송 차량을 기다리는 ‘오픈런’ 현상까지 벌어졌다.
빙그레도 미니 아이스바 ‘링키바’를 6년 만에 다시 만들었다. 링키바는 딸기, 초코, 쿠키 3가지 맛으로 구성된 바형 아이스크림으로, 1992년 출시 이후 인기를 끌다 2016년 생산이 중단됐다. 앞서 롯데제과는 3년 만에 ‘후레쉬민트 껌’을 재출시했다.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와 함께 지난 1972년 출시됐다가 2017년 생산이 중단된 제품이다. 오리온도 2021년 스낵 ‘와클’을 15년 만에 다시 선보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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