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로 작업을 하던 5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탈리아 열차 참사가 예견된 참변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공영방송 라이(Rai)의 Tg1 뉴스는 선로 작업을 하다 숨진 인부 중 한 명인 케빈 라가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린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사고 발생 30분 전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 속에는 "여러분, 제가 '기차'라고 하면 저쪽으로 가라"는 다른 인부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철도 관리 회사인 RFI 직원 안토니오 마사로 알려졌다. 이는 작업 중인 선로로 열차가 지나가리라는 것을 RFI 직원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증거라는 게 현지 매체들의 지적이다.
참사는 지난달 30일 자정 무렵 이탈리아 토리노 외곽의 브란디초역 인근에서 발생했다. 당시 7명이 선로 교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5명이 미처 피하지 못하면서 숨졌다. 사망자는 모두 시설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RFI의 협력 업체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목숨을 건진 감독자를 포함한 2명은 RFI 직원이었다.
당시 열차는 시속 160㎞로 달렸고, 사고 발생 후 1㎞를 더 달린 후에야 멈췄다. 객차 11량에는 승객이 없었고, 열차를 운행한 기관사는 다친 곳은 없지만, 크게 충격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열차의 운행 사실 전파와 작업 지시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현장 근로자와 RFI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RFI 직원이 관제센터로부터 세 차례나 작업 승인을 거부당했음에도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수사관들은 이러한 안전 수칙 위반이 이번 한 번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반복된 행태였는지 조사 중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