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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에서 소외당했던 유틸리티주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승장을 주도해온 기술주의 거품이 꺼지면 경기방어주로 분류되는 유틸리티 업종으로 매수세가 옮겨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미국 유틸리티주가 이처럼 시장에서 크게 뒤처진 건 닷컴 버블 붕괴 직전인 1999년 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이 때문에 투자자 일부는 지금이 유틸리티 업종을 매수할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S&P500지수가 17% 오르는 동안 유틸리티 부문은 13% 하락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전력을 공급하는 넥스테라에너지의 주가는 21%, 버지니아주 전력회사인 도미니언에너지 주가는 24% 떨어졌다.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전력·천연가스 공급업체인 듀크의 주가는 16%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S&P500지수가 19% 하락하는 동안 유틸리티주의 하락 폭이 1.4%에 그치며 ‘선방’했던 것과 정반대 상황이다.
유틸리티주는 미국 국채와 기술주에 밀려 올해 부진을 이어왔다. 전기·수도·가스 기업 등이 주를 이루는 유틸리티주의 투자 매력은 높은 배당수익률과 경기 침체기에도 꾸준히 성장하는 ‘방어주’ 성격에 있다. 그런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기준 연 4.268%까지 올랐다. S&P500 유틸리티 부문의 배당 수익률인 연평균 3.4%를 웃돈다. 안정적인 배당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유틸리티주 대신 국채를 택하면서 유틸리티주 주가가 약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 안전 자산인 미국 국채가 높은 금리까지 보장하는데, 그보다 배당수익률이 떨어지고 주가 하락 위험까지 있는 유틸리티주로 투자금이 이동할 이유가 없어서다.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지 않고 연착륙(소프트랜딩)할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기술주 랠리가 꺾이지 않는 점도 유틸리티주의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엔비디아 등 기술주 주가가 고공 행진하자 그만큼 주가 상승 기대가 크지 않은 유틸리티주가 소외당하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일각에서는 지금이 유틸리티주의 매수 적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더글러스 시먼스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 유틸리티 펀드 운용 책임자는 “시장이 공격적인 투자에 집중하면서 자본 집약적인 방어주로 평가받는 유틸리티 기업의 주가가 저렴해졌다”고 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유틸리티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5.9배로, 지난 10년간 평균인 17.4배를 크게 밑돈다. 반면 S&P500지수의 PER은 19배로 지난 10년 평균인 17.7배보다 높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의 ‘학습효과’도 있다. 닷컴 버블이 터지기 전 해인 1999년 기술주가 주도하는 상승장이 펼쳐진 가운데 유틸리티주는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닷컴 버블이 꺼지며 S&P500지수가 10% 하락한 사이 유틸리티주는 52% 뛰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