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원전 가동 상위 10개국 가운데 사실상 한국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건설 절차를 밟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방폐장을 건설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특별법은 2년째 먼지만 쌓이고 있다. 세계 5위 원전 가동국이면서도 사용후 핵연료 영구저장시설과 관련해 첫발도 떼지 못한 것이다. 현재 국내 원전 내에 사용후 핵연료를 임시보관 중인데 이르면 5년 뒤부터 저장시설이 꽉 차고 최악의 경우 일부 원전 가동이 멈출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5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을 통해 세계 10대 원전 운영국(운전 중인 원전 수 기준)인 미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한국 캐나다 인도 우크라이나 일본 영국의 방폐장 건설 진행 상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과 인도를 뺀 8개국은 방폐장 부지를 확보했거나 부지 선정 절차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도는 핵무기 재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어 사실상 금지된 습식재처리 방식을 쓰고 있기 때문에 고준위 방폐장 필요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원전을 운영하는 9개국 기준으로 보면 한국만 사용후 핵연료 처리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 원전 운영 상위 20개국으로 대상을 확대해도 방폐장 건설 절차가 전혀 진척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 인도 외에 벨기에와 파키스탄뿐이었다.
핀란드는 2025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방폐장 운영에 나설 예정이고, 프랑스는 같은 해 방폐장 건설을 시작할 계획이다. 반면 한국은 방폐장 건설을 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이 2021년 9월 발의됐지만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첫 관문인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막혀 있다.
그사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 포화 시기는 가까워지고 있다. 2028년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 한빛 1~6호기, 2031년 한울 1~6·신한울 1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할 예정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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