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로 정보기술(IT) 업계 채용이 얼어붙고 있다. 매년 상·하반기 수백 명씩 뽑았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채용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다. 인공지능(AI) 열풍으로 개발자들에게 고연봉에 억대의 파격 보너스까지 얹어줘 이직이 활발한 편이었지만 상황이 확 바뀐 것이다.
채용 시장 한파에 이직자들도 줄면서 대부분 5년 이내였던 IT 기업들의 근속연수도 최근 6년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이직 시장이 얼어있다"며 "IT 기업들도 이직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며 머물러 있는 직원들이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반 년마다 수백 명씩 뽑았는데…네카오, 올 하반기 공채 없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 하반기 대규모 공개채용(공채)을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던 코로나19 기간에는 상·하반기 수백 명씩 채용을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유행이 꺾이고 엔데믹 수순으로 가면서 채용 기조를 보수적으로 선회했다.
네이버의 경우 지난 3월 올 상반기 신입 공채를 끝으로 올해는 더 이상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신입 공채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필요한 이력에 대해서는 수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 본사는 채용 계획이 없지만 네이버웹툰, 네이버클라우드 등 일부 계열사에서 경력직과 인턴을 채용하는 식이다.
네이버는 코로나19가 정점을 찍던 2021년에는 상·하반기 모두 세 자릿수 규모 채용을 진행했다. 그해 상반기에는 900명에 달하는 개발자 채용 계획을 내놨고, 하반기에도 세 자릿수 규모의 직원 채용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도 상·하반기 공채를 진행했으나 올해는 연 1회로 채용 횟수가 줄어들었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업황 악화, 인건비 부담 등으로 고정비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건비를 포함한 개발운영비는 인력채용의 통제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연간 인건비는 연초에 세웠던 효율화 계획대로 집행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카카오 역시 올 하반기 채용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다. 카카오는 매년 상반기에 진행하던 채용 연계형 인턴십을 올해엔 진행하지 않았다. 경력 개발자 수시채용을 중단하는 등 인력 채용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매년 하반기 실시해온 대규모 공채는 올해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하반기 공채 여부와 시기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카카오 본사 외에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계열사들 역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남아있고 싶어요"…늘어나는 네카오 근속연수
이들 기업이 채용에 신중해진 이유는 코로나19 호황기 개발자 등 인력 채용을 공력적으로 늘리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의 조직 규모는 꾸준히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네이버의 직원수는 4811명으로 최근 3년 사이에 40%(1377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인건비를 포함한 개발·운영비 부담도 지난해 말 기준 2조원 규모(매출액 대비 25% 수준)로 2배 안팎으로 불어났다.
특히 코로나가 극심했던 2020년~2021에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부담이 컸다. 회사 측은 채용 속도를 조절하며 수익성 강화에 더 초점을 두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는 인건비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최근 3년새 카카오 직원 수는 2534명(2019년 말 기준)에서 지난해 말 3681명으로 1147명(45%) 크게 늘어났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인건비는 7000억원 수준에서 1조7000억원(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 대비 비중 24%)까지 증가하며 급격히 늘었다. 카카오는 앞서 2018년에도 영업이익 감소로 진행하던 직원 채용을 중단한 바 있다.
채용 시장 냉각으로 이들 기업 직원들의 근속연수는 증가하고 있다. 직원 1인 평균 6년을 못넘기던 네이버의 근속연수는 지난해 말 5년9개월, 올 상반기에는 6년6개월로 늘어났다. 카카오 역시 대부분 5년 이내였던 직원 1인 평균 근속연수가 지난해말 4년9개월에서 올 상반기 5년3개월로 길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부터 기획, 사업 등 부문 별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어있다보니 대부분 이직보다는 안정적으로 다니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라며 "코로나19 특수 등으로 창업에 도전하던 사례는 지난해부터 거의 자취를 감췄다"고 덧붙였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