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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진작 샀어야 할 회사"…고민하는 사이 몸값 60조로 '폭등'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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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인수·합병(M&A) 매물을 두루 훑어봤다.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독일 인피니언도 그 가운데 하나였다. 저울질이 길어지는 와중에 이 회사 '몸값'은 폭등했다.

이 회사 몸값은 427억유로(약 61조원)로 1년 새 40%가량 뜀박질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면서 이 회사는 올들어 10조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전자의 '텃밭'도 파고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독일 증시에서 인피니언 주가는 주당 33.165유로(약 5만6000원)에 마감했다. 1년 전에 비해 39.1%가량 뜀박질했다. 시가총액은 61조원을 넘어선다.

이 회사는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ARM,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와 함께 삼성전자의 M&A 후보군으로 수년 동안 거론됐다. 삼성전자는 2021년에 3년 안에 대형 M&A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M&A는 흐지부지해졌고, 그동안 인피니언 등의 몸값은 폭발했다.

인피니온은 독일 뮌헨을 근거지로 하는 차량용 반도체 세계 1위 기업이다. 이 회사의 기세는 강렬하다. 피터 섀퍼(Peter Schaefer) 인피니온 마이크로컨트롤러 총괄대표(부사장)는 지난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동차가 가전제품처럼 변하는 데다 소비자들의 요구도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그만큼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력하게 불어나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해 올들어 독일과 말레이시아 공장 구축에 70억유로(약 10조100억원)를 투자했다"고 말했다.

인피니온은 지난달 독일 드레스덴에 신규 반도체 공장인 ‘스마트 파워랩’ 구축을 위해 50억유로(약 7조1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올해 초에는 말레이시아 쿨림 공장에 20억유로(약 2조8600억원)를 추가 투자해 탄화규소(SiC)·질화갈륨(GaN) 반도체 공장을 구축하기로 했다. 기존 반도체 업체의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미국·유럽·한국·대만·일본의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 10개사의 올해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16% 감소한 1220억달러(약 161조 5100억원)로 집계됐다.

반면 인피니언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다. 섀퍼 대표는 이에 대해 "자동차와 재생에너지설비에 들어가는 최첨단 제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기존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전력 소모량이 70~90%가량 적은 것으로 차세대 반도체인 탄화규소·질화갈륨 반도체 투자에도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성장 속도가 반도체 시장 평균을 웃돌 것이라고 봤다. 그는 "자동차는 증가하지 않아도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평균 반도체 개수가 앞으로 큰 폭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종전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에 장착되는 반도체가 200~300개라면 자율주행차에는 1000~2000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그는 이어 "전기차가 빠르게 도입된 데다 자율주행 기능을 심은 차량이 늘었고, 편의 기능이 늘어난 결과"라며 "앞으로 10년 동안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등이 패권을 쥐고 있는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 개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섀퍼 대표는 "전력 소모량이 적은 한편 성능과 보안이 우수한 메모리 반도체 제품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지난 5월 출시한 차량용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인 '셈퍼(SEMPER) X1 LPDDR'은 전력 소모량이 적고 성능은 우수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병렬 구조인 노어플래시 메모리인 셈퍼X1은 읽기 속도가 빠르고 그만큼 자동차 전장을 신속한 가동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드러냈다. 이 회사는 천안에 공장과 전국 곳곳에 혁신센터를 운영 중이다. 그는 "한국의 주요 고객과 함께 혁신 센터를 운영하면서 긴밀히 협력하여 새로운 기술을 연구 중"이라며 "한국의 파트너사들과 함께 반도체 연구를 진행해 탈탄소화와 디지털화 작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뮌헨=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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