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공시를 하지 않은 노동조합 소속 근로자에 대한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이 박탈된다. 고용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 예고했다.
지금까지는 근로자가 납부하는 조합비에 대해 기부금 15% 세액공제(1000만원 초과분 30%)를 인정해 왔다. 앞으로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여타 기부금(예: 병원·학교 등 공익법인)과 마찬가지로, 결산결과 공시 등을 요건으로 혜택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노동조합이 회계를 공시하면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의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이 2023년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당초 2024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 강화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고려해서 시행시기를 앞당겼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노조가 결산결과를 공시할 수 있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시스템’은 고용부가 10월 1일부터 개통할 예정이다.
노조와 산하조직은 10월 1월부터 11월 30일까지 두 달간 공시시스템에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할 수 있다. 노조(또는 산하조직)과 그 상급단체가 ‘모두’ 회계 결산결과를 공시하면 조합원이 올해 10~12월에 납부한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된다. 다만, 2022년 12월 31일 기준 조합원 수 1000인 미만인 단위노동조합(산하 조직)은 자체 공시하지 않아도, 그 상급단체가 모두 공시하면 조합비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조합원은 공시시스템에서 노동조합의 공시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내년 1월 연말정산 시 조합비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사실상 산별 노조의 회계 공시가 소속 노조의 세액공제 혜택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제도가 실시될 경우 조합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면서 노조의 회계공시에 대한 간접 압박이 될 전망이다.
그간 정부는 노동조합 회계장부 비치?보존 점검 등 회계 투명성 강화 조치 추진해왔다. 지난 6월에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의 비치·보존 여부 확인을 위한 현장 행정조사를 거부한 37개 노동조합에 대해 최고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바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 “직장인 연말 정산 시즌을 앞두고 다급하게 시행령 시행시기를 앞당긴 것은 노동자들의 불만을 증폭시켜 노동조합과 상급단체를 옥죄려는 의도”라며 “특히 1000명 이상 노동조합 뿐만 아니라 이 노조가 소속된 연합단체와 총연합단체까지 시행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세액공제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은 1000명 이상 노동조합들이 연합단체와 총연합단체 탈퇴를 부추기는 행위로 치졸하고 비열하다”고 비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