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일, 단식 5일 차를 맞은 이재명 대표를 방문했다. 이 전 대표는 이 대표의 건강을 염려하며 "큰 결단을 하셨다"고 격려하는 한편, 윤석열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3시 반께 국회 본청 앞에 차려진 '단식 투쟁 천막'을 찾아 이 대표를 만났다. 그는 이 대표에게 "건강은 (어떠냐)"며 "매일 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아직은 괜찮다"며 "아직 며칠 안 됐다"고 답했다.
안부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이 전 대표는 "(현 정부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면 시행령으로 부수고, 대법원에서 '강제 징용' 판결을 내리면 대리 변제해버리고, 헌법재판소에서 야간집회를 허용하면 현장에서 막는다"며 "헌법 체계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대표는 "맞다. 이는 하나의 징표일 뿐이고, 그 근저에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다"며 "국민을 존중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서로 경쟁을 통해 더 나은 길을 찾는 상식적 정치가 아니라 '싹 다 제거하자, 무시하자' 대놓고 그런 전략으로 가지 않나 싶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전 대표가 대화 도중 "외교까지 저렇게 굴종 외교를 하니까"라고 하자 말을 이어받은 이 대표가 "주권 국가인지도 의심스러울 정도의 그런 행태들이 보인다"라고도 했다.
이후에도 이 대표는 "21세기 정보화 사회에 전혀 맞지 않는 공포 정치를 꿈꾸는 것 같다", "닥치는 대로 저지르고 기존 질서를 자꾸 파괴해 나가고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 전 대표 역시 "국가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없다. 이해가"라며 "대통령이든 국무총리든 장관이든 손을 댈 수 있는 게 있고 못 대는 게 있는 것"이라며 "법인세를 잔뜩 감면해줬다. 세수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예산을) 안 줄여야 할 곳을 자꾸 줄인다"고 했다.
또 "(윤 대통령에게) 누가 직언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고 본인이 즉흥적으로 얘기하고, 순간적으로 막 지시한다"며 윤 대통령을 힐난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이 대표님이 이렇게 큰 결단을 하셔서 경각심을 일으키고, 국민들도 굉장히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이 대표를 격려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답답해서요. 합리적 지적이나 견제가 전혀 통하질 않는다"며 "며칠 전에 윤 대통령이 여당 연찬회에 가서 국민과 싸우겠다는 이런 얘기를 한 이후로부터 국무위원이나 우리 정부 공무원들이 국회에 와서 태도가 싹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 "난폭해지고 도발적이고, 국민의 대표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싸워서 격퇴해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약 30분 동안 천막에서 대화를 나눈 이 대표와 이 상임고문은 이후 본청 당 대표실로 자리를 옮겨 40분가량 비공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대표는 면담을 끝낸 뒤 별다른 설명 없이 국회를 떠났다.
한편
이 전 대표는 과거 당 대표 시절인 지난 2019년 11월, 단식에 들어간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를 향해 "정치를 극단적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오히려 국민에게 정치 불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