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부터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했다. 이 가운데 이 대표의 최측근을 자처하고 있는 정청래 민주당 의원이 과거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을 '출퇴근 단식'이라고 비판했던 사실이 여권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이 대표와 황 전 대표의 단식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자, 여권에서는 정 의원과 민주당을 싸잡아 "단식도 내로남불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3일 논평을 내고 "이 대표의 단식은 정 의원이 그토록 조롱하던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출퇴근 단식'"이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동조한답시고 하루씩 릴레이 단식도 시작했다. '간헐적 웰빙 단식, 출퇴근 단식'이라며 비난했던 자신들의 과거는 새까맣게 잊은 듯하다"고 했다.
백경훈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내고 "4년 전 황 전 대표 단식 당시, '출퇴근 단식은 처음 본다'며 조롱했던 정청래 의원은 이번에는 본인이 먼저 하겠다며 동조 단식 1호로 동참했다"며 "민주당은 단식도 내로남불인가. 이 대표와 정 의원은 가히 단식 내로남불의 양대 산맥"이라고 했다.
백 부대변인은 "과거에 자신이 비난한 행동을 자신이 하면서도 얼굴색 하나 안 변하는 뻔뻔함은 민주당의 유구한 전통인가 보다"며 "민주당에서는 벌써 단식 동정론이 나오며,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부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정 의원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똘똘 뭉쳐 부결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말 바꾸기든, 출퇴근 땡깡 단식이든 이제 그만하자. 보는 국민 괴롭다"고 했다.
김용태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볼썽사나운 것은 한 줌 남은 권력에 빌붙어 보고자 '이재명 호위무사' 노릇을 자처하는 정 의원 같은 분"이라며 "보수 정치인들의 단식을 조롱했던 과거가 무색하게 '동조 단식'이나 하고 있는 정 의원, 국회의원의 자격은커녕 '동네 시정잡배'라는 표현이 더 어울려 보인다"고 썼다.
앞서 정 의원은 2019년 11월 KBS에 출연해 당시 야당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간에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하다 야간에는 국회 본청 앞에 마련된 천막에서 잠을 잔 것을 두고 '출퇴근 단식 투쟁'이라고 조롱한 바 있다.
정 의원은 당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출퇴근 단식 처음 봤다. 단식은 어떻게 보면 마지막 수단인데 지금 정기국회 중인데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한다는 좀 안 맞는 콘셉트 같다"며 "단식할 때는 국민적 공감대, 동감, 이런 게 있어야 되는데 엉뚱하게 지금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황 대표는 '나라가 위기다' 이렇게 주장하지만 제가 볼 땐 황교안의 위기이고, 그걸 탈출하기 위해 단식을 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정 의원이 비판했던 출퇴근 단식은 현재 이 대표의 단식 투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여권의 지적이다. 이 대표 역시 주간에는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단식 투쟁을 하다 야간에는 국회 본관 내 모처에서 취침하고 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한경닷컴에 "단식 기간 출퇴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계속 국회에 있다. 다만 경호 문제로 밤에는 국회 내 실내로 이동한다"며 "안전 문제를 고려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이런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을 지지하며 '이 대표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서기도 했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 지킴이 제1호 동조 단식' 소식을 전하며 "저는 오늘 하루 이 대표를 지키는 제1호 릴레이 단식 동참을 하며 당대표를 대신해 (천막을 찾는 분들을) 응대해드리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옆 앉은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여러 장 게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