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개편안…내부 뒤숭숭
3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경찰청과 일선 경찰서 등에서 근무하는 내근 인력을 지구대·파출소와 같은 현장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행정안전부와 협의하고 있다. 당초 오는 6일 윤희근 경찰청장의 싱가포르 해외 출장에 앞서 발표할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다소 늦어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간부 승진과 전보 인사는 조직개편 작업이 마무리된 뒤 이뤄질 전망이다.경찰 내에선 치안 수요에 맞게 배치하기 위해 1000명 이상을 지구대 등 현장에 보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경찰에 “치안 중심으로 경찰 인력 개편을 적극 추진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경찰 내부에선 외사와 교통, 수사 등 일부 기능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사 기능은 조직개편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구조조정 1순위’로 꼽혔다. 외사의 주 업무는 국내 체류 외국인의 위험정보수집·대테러 방첩활동, 인터폴협조, 해외 경찰기관과의 교류·협조 등이다. 국내 치안·수사와 관련한 업무가 아니다 보니 인력 부족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인원이 줄었다. 한때 1600명이 넘었던 외사 정원은 현재 1100명 수준이다. 이번에도 국제협력과를 제외한 외사기획정보과와 인터폴국제공조과 등을 축소하는 방안 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일부 기능이 국가수사본부 등으로 분산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000명 재배치해도 턱없이 부족 지적
2021년 기준 전체 경찰 인원 12만8985명 가운데 6999명(5.4%)이 근무하고 있는 교통 기능 역시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1년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 신설된 국가수사본부의 인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올해 증원된 약 1000명 가운데 상당수 인원이 다시 현장에 배치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경찰은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앞두고 뒤숭숭한 분위기다. 외사와 교통뿐 아니라 언제든 개편 대상에 오를 수 있는 정보·수사 기능 등에 몸담은 직원들은 “갑작스럽게 현장에 배치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경기 북부 지역의 한 외사 담당 경찰은 “직무 자체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업무 협조 등 일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규모 조직개편 시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처리가 늦어지고 있는 고소·고발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경기남부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과중한 업무로 이미 일선 경찰서에선 수사 기능 기피 현상이 있었다”며 “지구대와 파출소로 수사 인력이 떠나면 민원 처리가 더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선 지구대·파출소는 인력 부족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고 있다. 경기 수원의 한 파출소 직원은 “잦은 야간 교대 근무로 피로감이 큰 만큼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며 조직개편에 기대감을 보였다.
하지만 일선에선 1000명 규모의 현장 인력 증원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지역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지구대·파출소 근무자가 5만 명 수준인데 1000명 늘어봐야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근무지당 한 명 정도 느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