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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코닝의 유리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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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루를 살면서 가장 많이 손대는 물질은 무엇일까? 종이, 섬유, 플라스틱, 나무 등이 있겠지만 현대인이 가장 공감하는 물질은 이것 아닐까 싶다. 유리다. 우리는 스마트폰 액정의 강화유리를 만지면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갤럭시나 아이폰에 쓰이는 대표적인 강화유리가 고릴라 글라스다. 세계 최대 강화유리 기업 미국 코닝 제품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개발할 당시 스티브 잡스가 시제품을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데, 주머니에 함께 있던 열쇠에 액정이 긁힌 것을 보고는 스크래치에 강한 유리의 필요성을 느껴서 코닝 측에 문의했다. 곧바로 코닝에서 답이 왔는데, “우리에게 이미 그런 게 있다”였다. 코닝은 1960년대 개발했으나 상용화하지 못한 강화유리를 다듬어 고릴라 글라스를 탄생시켰다.

미국 기업 최초로 1908년 연구소를 설립한 코닝은 연구개발(R&D)에 가장 가치를 두는 기업 중 하나다.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30억달러 손실을 내고 주당 110달러였던 주가가 1달러 선으로 곤두박질쳤을 때도, R&D 투자 비율(매출액 대비)을 2001년 10.3%에서 이듬해 15.3%로 높인 회사다. 위기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 역시 지출 삭감, 가동 단축, 급여 동결·감원에 이어 가장 마지막 단계가 R&D 예산 삭감이다.

고릴라 글라스를 평균 2년마다 개량한 코닝은 폴더블 휴대폰에 맞춰 초박막 벤더블 글라스로 또 한 번 도약을 꾀하고 있다. 다양한 두께로 구현할 수 있고, 수십만 번 접었다 펴도 접힌 부분에 손상이 없는 것이 혁신 포인트다. 한국에 5년간 15억달러(약 2조원)를 투자해 한국을 생산기지 삼아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다.

코닝의 첫 유명 고객은 에디슨이었다. 코닝은 1879년 에디슨이 발명한 필라멘트를 감싸는 유리구를 고안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후 주방용 식기 내열유리이자 화학실험기구 파이렉스, 깨지지 않는 식기의 대명사 코렐, TV 브라운관, 통신 광섬유, LCD 유리 등 혁신을 이끌었다. 에디슨의 말처럼 코닝의 혁신 역사도 무수한 실패가 자산이었다. “나는 실패한 것이 아니다. 잘되지 않는 1만 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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