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발주한 아파트에서 철근이 누락돼 안전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홍보에 활용하는 단지가 잇따르고 있다. ‘벽식 구조’나 ‘철근이 들었다’ 등 건축물에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을 강점인 것처럼 내세워 소비자를 호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입주를 시작한 경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헤스티블’은 ‘철근 있는 아파트 입주를 환영합니다’ ‘여기 어때? 철근 이때!’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걸었다. 이 단지는 LH가 공급한 신혼희망타운 단지다.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에서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이뤄진 전수조사 결과, 이 단지는 철근이 누락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분양 시점부터 ‘철근’ 등을 활용하는 단지도 등장했다. 최근 서울의 한 빌라는 분양을 홍보하면서 ‘철근 다량 함유’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주택을 홍보할 때 예상 시세차익과 분양가, 역세권 등의 장점을 앞세우는 것과 달리 ‘철근량’을 가장 강조한 것이다. 해당 홍보물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회자되며 ‘언제부터 철근이 칼슘이나 비타민이 됐나’ ‘입지, 가격보다 더 눈에 띄어야 하는 내용이 철근 다량 함유인 게 씁쓸하다’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나왔다.
효성중공업이 경기 남양주시 다산동에 공급 중인 ‘해링턴플레이스 다산파크’는 홍보물에 ‘요즘 이슈화되는 무량판 구조 공법이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 벽식 구조로 시공됐다’는 문구를 넣었다. ‘철근 누락’과 함께 커진 무량판 구조(대들보 없이 기둥으로 천장 콘크리트 바닥 지탱) 건축물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벽식 구조 아파트는 소음에 취약하다는 인식 때문에 선호도가 낮았다”며 “이런 분위기가 수개월 만에 180도 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홍보 방식이 소비자를 호도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파트 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가 문구에 현혹돼 분양가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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