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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스쿨존 속도완화 믿다가 범법자 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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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시속 50㎞로 다녀도 되는 것 아닌가요?”

31일 서울 공덕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만난 직장인 박재형 씨는 “‘스쿨존 속도 제한 완화’ 정책이 취소된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하마터면 과태료만 낼 뻔했다”고 푸념했다. 이어 “스쿨존 속도 위반은 사고 시 실형을 살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인데 하루 만에 정책을 뒤집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경찰, 오락가락 스쿨존 정책 후폭풍
경찰이 스쿨존 속도 제한 완화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다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홍보 부족으로 정책 번복 소식을 듣지 못한 시민이 적지 않은 데다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제한 속도를 알리는 표지판, 가변형 속도표시 전광판 등 시설물 교체 작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학교 측의 의견 수렴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지난 29일 스쿨존 운행 속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9월부터 어린이의 통행이 적은 밤시간대엔 시속 30㎞를 50㎞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야간 시간 도심 교통 체증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까지 곁들였다.

그러나 경찰은 발표 이튿날인 30일 전국이 아니라 8개 스쿨존에서만 해당 정책을 시행한다고 말을 바꿨다. 서울 광운초와 인천 부원·미산·부일·부내초, 광주 송원초, 대전 대덕초, 경기 이천 증포초 등이다. 모두 이미 작년부터 속도 제한 완화 정책이 시행되는 곳들이다.

경찰의 번복에 해당 정책이 9월부터 전국에서 시행되는 것으로 안 시민들은 황당해하는 반응이다. 심지어 상당수 경찰도 발표 당시 전국 시행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없는 졸속 추진
스쿨존 속도 완화는 아이들의 생명과도 직결된 문제다.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2020년 3월부터 적용되면서 스쿨존에서 13세 미만 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하면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의 중형에 처해진다. 상해를 입힐 경우 1~1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시행 3년6개월여 만에 속도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지자체와 학교,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필수다. 그럼에도 경찰은 일부 학부모와 학교 관계자 의견만 수렴했다.

현재 전국 스쿨존은 1만6576곳이다. 초등학교는 6285개로 초등학생은 260만여 명에 달한다. 초등교사노조 관계자는 “스쿨존 제한 속도를 완화한다는 이야기를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학교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주요 지자체와의 협의도 없었다. 경찰이 스쿨존 제한 속도를 완화하기 위해선 지자체와 협의해 이해 관계자를 설득하고 시행 장소와 시간대 등을 논의해야 한다. 속도제한 표시판도 고쳐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경찰과 스쿨존 속도 제한 완화를 최근에 논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이 제도를 시범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는데 이를 정식 운영하는 내용의 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청 내부 실무진에서도 좀 더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일선 경찰서도 아니고 경찰청에서 이렇게 조변석개하는 정책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의사 결정을 하는 윗선 지휘 체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31일 퇴임한 경찰청 고위 간부가 자신이 경찰을 떠나기 전에 졸속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간부는 내년 총선 출마 준비를 한다는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

장강호/조철오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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