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길 해안 절벽 아래에 움막을 짓고 생활하던 이른바 '자연인'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돌아다니다 인근 리조트의 조경용 대나무를 자른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귀포경찰서는 특수절도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일 오전 9시 11분께 서귀포 호근동의 한 리조트에서 흉기를 이용해 조경용 대나무 5그루를 잘라 훔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한 호텔 숙박객의 "외돌개 산책로 입구에서 노인이 30cm 칼을 들고 대나무를 자른다고 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후 피의자 동선 추적에 나선 경찰은 지난 28일 오후 7시 35분께 호근동 노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A씨를 붙잡았고, 이틀 뒤 구속했다.
A씨는 2003년부터 올레길 인근에 움막을 짓고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형은 절벽형 해안가로 가파른 지형을 거쳐야 도달할 수 있는 탓에, A씨 역시 이동을 위해 밧줄을 잡고 움막을 오갔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일정한 주거가 없는 노숙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생활 쓰레기 배출장소에서 종이나 고철을 모아 팔며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조트에서 훔친 대나무로 움막 주변에 그늘막을 설치하려고 한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적 사연으로 자연인 생활을 이어가던 A씨는 해안가 인근에서 씻거나 주변 담수를 이용하고, 고철 등을 팔아 생활을 이어왔다.
한편 경찰은 행정시에 A씨가 생활해 온 공간인 움막 철거를 요청할 방침이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