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박진영 선배님과 직접 통화하거나 만나본 적은 없거든요. 리메이크한 걸 들으면 어떻게 반응해 주실지 저도 궁금해요. '이 버전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뿌듯할 것 같아요."
가수 백호가 살아있는 전설 박진영의 히트곡 '엘리베이터'를 리메이크해 돌아온다. 1995년 원곡이 나왔을 당시 박진영의 파격적인 음악과 의상은 가요계 하나의 '획기적 사건'과 다름없었다. 1995년생인 백호는 "이 노래가 나왔을 때 태어났다. 당시에 얼마나 파급력이 있었는지 체감하질 못해서 백호로서 어떻게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만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룹 뉴이스트로 데뷔해 꾸준히 작사·작곡에 참여하며 이제는 어엿한 솔로 아티스트로 거듭난 이 시점에 백호가 '히트곡 리메이크'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백호는 "곡 쓰는 것도 무대에서 '나한테 더 잘 맞는 곡을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거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면서 "'엘리베이터' 크레딧에는 내 이름이 없다. 그냥 나한테 더 잘 맞고, 잘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박진영의 이미지는 물론 곡 자체가 워낙 유명하기도 한 탓에 작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냐고 묻자 "고민은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백호는 "오히려 원곡이 너무 유명해서 감사했다. 유명해서 이 곡을 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며 "조금 더 대중적으로 다가가고 싶었다. 이 노래를 원래 알고 있던 분들에게는 익숙하게, 또 새로 듣게 된 분들에게는 신나면서도 섹시하게 들리길 바랐다"고 전했다.
백호 표 '엘리베이터'만의 차별점에 대해서는 "원곡이 다 래핑이 있는 가창인데 최대한 노래로 바꿨다. 또 사람들한테 익숙한 훅 부분은 남겨두면서도 가사 내용은 조금 다르게 했다. 원곡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단둘이 있는 상황을 그렸는데, 리메이크에는 사람들이 꽉 찬 상태에서 둘만 스파크가 튀는 장면을 심었다"고 설명했다.
경쾌한 뉴잭스윙 장르와 결합한 점도 인상적이다. 백호는 "현시점에서 내게 가장 어울리는 장르가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뉴잭스윙이 됐다"면서 "퍼포먼스도 원곡 안무를 오마주한 것과 함께 올드스쿨한 뉴잭스윙의 느낌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보컬은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리고자 했다고. 백호는 "내가 좋아하는 반전 포인트를 여러 개 심어뒀다"면서 "일부러 조금 더 파워풀하게 녹음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속삭이듯 녹음한 것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사실 어떤 식으로든 좋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원곡 발매 당시에 즐겨듣던 분들이 '아 이런 친구도 있네', '귀엽다'고 봐주셔도 좋고, 처음 접하는 분들이 '섹시하다'고 해줘도 행복하다. 긍정적인 반응이면 좋겠다"며 웃었다.
사실 이번 곡은 백호에겐 새로운 도전과도 같다. 솔로 데뷔를 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자작곡을 꾹꾹 눌러 담아 미니앨범으로 내보였던 그가 '디지털 싱글 프로젝트'라는 타이틀 아래 더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컴백으로 '더 배드 타임(the [bæd] time)'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싱글 프로젝트 첫발을 내디딘다.
백호는 "다 열어두고 계획한 프로젝트다. 유동적으로 활동해보고 싶은 마음에 하게 됐다"면서 "지금까지 작업해 놓은 곡들이 꽤 있다. 신나는 노래도 있고, 감성적이거나 콘셉추얼한 곡도 있다. 발매 순서를 정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왜 이런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는지 묻자 "더 나한테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백호는 "어느 순간부터 내가 듣는 사소한 감정도 노래로 만들 수 있을 텐데 너무 무거운 주제를 찾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너무 무거운 걸 찾다 보니까 막히는 건 아닐까 싶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10개월 전 솔로 데뷔 앨범인 '앱솔루트 제로(Absolute Zero)'를 발매한 후 "더 자주 활동하고 싶고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한 하나의 방안으로 떠올린 게 "싱글을 자주 내보자"는 거였다고.
솔로 데뷔 당시 백호는 '대중적'이라는 말을 강조했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대중성을 강조했다. 박진영의 '엘리베이터'를 선택한 것 자체가 이를 대변한다. "대중적이라는 말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긴 하는데 제겐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내 노래를 알아주고 들어주고, 같이 즐겨주셨으면 좋겠다'는 뜻이에요. 대중적이라는 게 말 그대로 많은 분이 안다는 거잖아요. 사실 그렇게 되고 싶다는 뜻이죠."
대중성과 별개로 백호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잘 담아냈다고 생각한 곡은 무엇인지 묻자 뉴이스트 정규 2집 '로맨티사이즈(Romanticize)'에 수록된 솔로곡 '니드 잇(NEED IT)'을 꼽았다. 해당 곡에 대해 백호는 "무대 스타일로 표현하자면 섹시한 옷을 입고 빨강, 파랑 등의 조명과 섞인 몽환적인 분위기"라면서 "내가 대중들한테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생각하고 만든 곡"이라고 소개했다.
뉴이스트로 활동할 때와 비교해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밝힌 백호는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격이다. 엄청 두려운데 날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니까 무턱대고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홀로서기에 나선 후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했고 뮤지컬 무대에도 올랐다. 현재 드라마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출연도 확정됐다. 백호는 "처음 해보는 데 가면 떨리고 낯도 가린다. 어렵다"면서도 "아직 못 해본 활동이 너무 많다"고 멈추지 않고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뉴이스트 완전체 활동과 관련해서는 "지금은 서로의 활동을 더 응원해주는 단계"라면서 "얼마 전에 (황)민현이도 헬스장에서 만났는데 '드라마 재밌더라', '요즘은 뭐하냐'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이어 "아론형과도 통화했는데 컴백한다고 하니 '빡세겠다. 컨디션 관리 잘하라'고 하더라. 정말 오래된 사이라서 밥 잘 챙겨 먹으라는 등 일상적인 말들을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백호는 "음악방송 활동 기간이 끝나더라도 계속 이번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 노래로 대중분들에게 보일 기회가 많아지고, 더 알려져서 설 수 있는 무대 또한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백호의 디지털 싱글 프로젝트 '더 배드 타임'의 포문을 열 '엘리베이터'는 31일 오후 6시에 공개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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