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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반납한 대학생들…여수 바다에서 '밤샘 코딩' 나선 사연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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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수도권과 지역의 코딩 교육 격차는 오래된 화두입니다. 취업 시장은 물론이고, 창업 생태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내용입니다. 초기 창업 70%가 수도권에서 발생한다는 통계는 지역의 개발자와 창업자가 말라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한경 긱스(Geeks)가 카카오에서 주최한 지역 코딩 교육 프로그램 현장을 찾았습니다. 지역 대학생에게 빅테크가 여는 프로그램은 접하기 힘든 기회였습니다. 학생들은 빛나는 아이디어로 개발에 매진하고 있었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열악한 상황입니다.


“포토부스의 97%가 여성 이용자입니다. 남성만 많은 매칭 플랫폼 시장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여수시 디오션리조트에서 열린 코딩 교육 프로그램 ‘카카오 테크 캠퍼스 아이디어톤’ 행사에서 서완석 씨(26·소프트웨어공학과 4학년)가 발표에 나서자, 참석자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서 씨는 행사에서 만난 팀원들과 포토부스를 활용한 매칭 플랫폼을 기획했다. 관련 스타트업들이 성비 불균형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대학생들이 내세운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동년배 참석자 호응을 끌어냈다. 서 씨는 “가을 대학 축제까지 시제품을 개발하고, 호응이 있다면 창업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도권과 지역의 코딩 교육 격차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가운데, 전남대·부산대에서 모인 대학생 103명은 아이디어톤에서 각자만의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쏟아냈다. 지난 25일부터 2박 3일간 진행된 행사는 카카오가 지역 거점 대학과 손잡고, 고용노동부의 지원을 받아 만든 8개월짜리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의 일부다. 현장은 방학을 반납하고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개발에 나설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실무 기법을 배우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확정된 아이디어는 오는 11월까지 실제 서비스 제작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스포츠 팬 플랫폼부터 반려동물 SNS까지

김채원 씨(20·부산대 IT응용공학과 3학년)는 방탄소년단(BTS)과 축구선수 이강인의 ‘찐팬’이다. 팬덤 플랫폼 ‘버블’과 같은 서비스를 스포츠 선수에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에, 해외축구 애청자 김진우 씨(24·부산대 IT응용공학과 4학년)가 적극 동조했다. 같은 팀으로 배정된 이들은 스포츠 선수들이 라이브로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문 플랫폼을 개발 프로젝트 주제로 정했다. 김 씨는 “실제 서비스가 개발된다면 국내 야구 선수들을 중심으로 충분히 플랫폼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인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이 아닙니다. 플랫폼 사용자도 같이 키우는 개념입니다.” 행사장 한쪽에선 SNS의 ‘스타 반려동물’을 겨냥한 팀도 등장했다. 코딩을 배워 반려동물 전문 SNS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직접 기르기는 부담되지만, ‘귀여움’은 누리고픈 사람들 수요를 노리자며 학생들이 뭉쳤다. 임도현 씨(23·전남대 소프트웨어공학과 3학년)는 전남대 학생 7명으로 구성된 팀의 리더를 맡았다. 그는 “기존 SNS 기능을 뛰어넘고자 후원 시스템을 중점에 두고 프로젝트를 개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곽민준 씨(23·전남대 소프트웨어공학과 3학년)는 이 교육과정에 참석하며 약 8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샀다. 테크 캠퍼스에 오자마자 물건을 빌려주는 플랫폼을 떠올린 이유다. 같은 학교 진우석 씨(23·통계학과 4학년)는 ‘집단지성 결정 커뮤니티’라는 개념을 꺼내 들기도 했다. “군대를 지금 가야 할까요?”와 같은 질문을 두고 사람들이 각자만의 답을 써서 질문자 결정을 돕게 한다는 프로젝트다. 부산대에선 웨딩 플래너 매칭 플랫폼을 기획해 이목을 끌었다. 이들 아이디어는 모두 행사 마지막 날 시상에서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됐다. 여수 바다를 코앞에 두고 밤새 개발 기획에만 주력한 결과다.
"코딩은 필수…귀뚜라미로 다시 창업 나설 것"

개발 프로젝트 구상은 예비 창업가들 마음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황지원 씨(23·전남대 동물자원학부 3학년)는 이미 대학교 1학년 때 창업 경험이 있다. 학창 시절부터 곤충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파리목에 속하는 곤충 ‘동애등에’를 대량 양식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업에 도전했다. 이후엔 중국의 낚시용품을 구해 한국에 파는 쇼핑몰을 만들기도 했다. 일련의 경험을 거치며 느끼게 된 점은 ‘사이트만큼은 내가 직접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황 씨는 “포털에 종속되니 광고비 집행이 없을 땐 판매율이 저조했다”며 “스스로 풀스택(전 분야) 개발자가 돼서 충성도 높은 고객을 사이트에 남기고 싶다”고 했다. 그는 사료용 귀뚜라미와 관련된 새 사업도 구상 중이다.

같은 학교 임채승 씨(24·전남대 소프트웨어공학과 4학년)는 이미 창업가들의 초기 관문인 정부의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을 지난해 끝냈다. 교내 동아리에서 공동 창업자 3인을 만나 시작한 사업이었다. 아이템은 멘토 매칭 플랫폼으로, 6개월간 고군분투해 결과를 냈지만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임 씨는 “개발 경험이 없다보니 종류별 멘토를 배치하는 것마져도 힘들었다”며 “코딩 실무를 배워 토스처럼 사용자에 대한 피드백을 잘 수용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해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동창업자들은 앞으로 4년 뒤 다시 만나 함께 재창업에 나서기로 약속했다.

권해 씨(24·전남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 4학년)는 “한 번뿐인 인생이라 창업을 꿈꾼다”고 말했다. 권 씨는 “쿠팡은 별것 아닌 택배라는 시스템으로 우리 삶을 혁신적으로 바꿨다”며 “분야를 정하진 않았지만, 일상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직접 만들고 싶다”고 했다. 우선은 부트캠프에서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제품을 기획하는 직무에 도전해볼 예정이다. 그는 “스타트업을 만들어야 하니 스타트업에 가서 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들을 수업이 없다"…지역 코딩 교육 '열세'

학생들이 배움에 열을 올렸던 이유는 오랜 기간 지적돼온 수도권과 지역의 코딩 교육 격차 문제가 있다. 이들에게 카카오와 같은 빅테크가 주관하는 과정은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철학과 졸업을 앞둔 김정도 씨(25)는 “서울로 자취방을 옮길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부산에선 제대로 된 코딩 교육 과정이 1년에 1~2개 열리는 느낌”이라며 “최근 국비교육 지원 과정도 이수했었는데, 60대와 수업을 함께 듣느라 진도가 느려 초조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중에 그만두면 5년간 다시 지원할 수 없다는 페널티가 무서워 어떻게든 수업을 들었다. 김 씨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수도권 게임회사의 코딩 교육도 이수한 적이 있는데, 확실히 질이 달랐다”며 “오프라인으로 직접 수업을 들어보고 싶어졌다”고도 했다.

소프트웨어공학을 전공한 황대선 씨(24)는 인적 네트워크 부족 현상을 문제로 지목했다. 예비 개발자들은 서로의 코드를 평가하고, 토의 끝에 자신의 실력을 발전시키기도 한다. 수도권의 인기 있는 부트캠프들은 이런 소통 과정을 직접 지원한다. 이런 인간관계는 취업 준비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황 씨는 “사소한 개발 프로젝트를 하나 하려 해도, 함께 할 사람을 찾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며 “교육 과정의 수 자체도 적어 인맥을 쌓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는 나주에서 평생을 살았던 노주영 씨(27·전남대 컴퓨터정보통신공학과 4학년)도 했던 고민이다. 노 씨는 “사람과 함께하는 오프라인은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부여돼 적극적으로 배울 수 있다”면서도“고향 이외 지역에 살아본 적이 없어 서울 생활이 부담스러운데, 당장 학교에선 개발 소모임조차 구하기 힘들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기업의 지역 역할 확대는 해법으로 제시됐다. 단순히 재정을 투입하고 외부 강사를 고용하는 수준이 아닌, 직원을 직접 투입해 학생들 교육의 질을 직접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에서의 교육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우수 인재를 선제 포섭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카카오 역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에서 해당 과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추후 채용과 연계될 가능성도 있다. 행사 책임자인 남기웅 카카오 공동체인사지원실장은 “대학 커리큘럼에서 산업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발 빠른 변화를 기대하기엔 현실적인 무리가 있다”며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며 기업들이 지역에 상관없이 자사 노하우를 학생에게 교육할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에, 지역 대학과 연계를 늘려간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과정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수=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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