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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일본 내 생산 공장이 한꺼번에 가동 중단되는 사고가 2년 연속 발생했다. 대규모 가동 중단이 반복되면서 재고를 최소화하는 도요타의 생산 방식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요타자동차는 가동이 중단됐던 일본의 14개 공장을 모두 재가동했다고 30일 발표했다. 전날 도요타는 부품 발주 관리 시스템 오작동으로 일본에 있는 14개 공장의 가동을 모두 중단했다.
○일본 생산 300만 대 고수하는 도요타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가동 중단으로 도요타가 약 1만4000대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요타는 올해 전 세계 공장에서 101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2020년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 1위에 복귀한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위를 유지했다.
올 상반기 도요타는 489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일본 공장 생산량은 164만 대로 전체의 33.5%였다. 일본 2~3위인 혼다와 닛산자동차가 자국 생산 비율을 15%로 15년 만에 절반가량 줄인 반면 도요타는 일본 생산 대수 300만 대를 고수하고 있다.
경쟁사보다 자국 생산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은데 매년 일본 공장에서 가동 중단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부품 공급사인 고지마프레스공업이 랜섬웨어 공격을 받으면서 하루 동안 일본 내 모든 공장의 가동이 멈췄다.
같은 달 말에는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부품 조달에 차질을 빚어 11개 공장이 멈췄다. 지난해 가동 중단의 원인은 모두 협력업체 문제였다. 이 때문에 도요타는 협력업체의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 왔다.
이번에는 자체 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도요타의 생산 방식인 ‘도요타 프로덕션 시스템(TPS)’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TPS를 구성하는 핵심은 ‘적기 생산(Just-in-time)’과 ‘간판 방식’이다.
적기 생산은 각 공정에 필요한 재고를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공급해 재고를 철저히 줄이는 방식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간판 방식을 사용한 생산 시스템이다. 앞 라인과 뒷 라인이 ‘어떤 부품을 언제, 얼마만큼 만들어서 주고받을지’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을 말한다.
부품 공급이 원활할 때 훌륭하게 작동했던 적기 생산은 글로벌 공급망이 단절되면서 한계를 노출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급속히 회복하는 세계 시장 수요를 도요타의 생산 상황이 쫓아가지 못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은 “부품 발주 시스템 불량으로 물류에 정체 현상이 빚어지고 일본 전역의 공장에 파급 효과가 미치는 위험성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日 차업계, 부품 40% 중국에 의존
치열한 미·중 패권 경쟁으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업계의 높은 중국 의존도 문제 또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 자동차업계는 반도체와 자동차 부품 부족으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특히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대규모 도시 봉쇄를 단행한 중국에서 부품이 끊기면서 도요타는 일부 인기 차종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2021년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8194억엔(약 7조4144억원)이었다. 2000년에 비해 네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중국산 자동차 부품이 3227억엔으로 전체의 39.4%에 달했다. 태국(884억엔)과 독일(599억엔), 베트남(515억엔)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463억엔)은 일본의 여섯 번째 부품 수입국이었다. 도요타도 중국에 합작회사 형태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중국 부품 의존도가 무시 못 할 수준이라는 평가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