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한 유상증자를 발표한 동국제강그룹이 이틀 사이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 상승할 이유가 없다"면서 의아한 기색을 내보이고 있다.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동국홀딩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5.29% 하락한 1만2360원에 거래되고 있다. 동국홀딩스는 동국제강그룹의 지주사다. 열연과 냉연 사업을 하는 동국제강(-1.66%)과 동국씨엠(-2.42%)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이틀간 주가가 오르자 차익실현을 하려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물이 쏟아지며 주가가 하락전환했다.
이들 기업들은 동국홀딩스가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28일 발표한 직후 이틀간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동국홀딩스는 지주사 체제 구축을 위해 현물출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기 위해 계열사의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28일 밝혔다. 동국홀딩스는 이 기간 22.4% 상승했고, 동국씨엠은 17.2%, 동국제강은 7.6% 올랐다. 공개매수가격은 전 거래일인 25일의 종가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동국제강의 공개매수가격은 1주당 9540원(총 1797만7811주), 동국씨엠은 1주당 7390원(1083만5190주)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주가 상승이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두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는 건 동국홀딩스의 재무적 부담이라 상승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과 동국씨엠도 공개매수가격이 시세대로 이미 정해진만큼 주가가 상승해도 투자자가 이익을 볼 수 있는 요인이 없다. 이태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오르면 공개매수 단가가 현재 시세보다 아래가 되고 주주 입장에서는 굳이 매수에 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공개매수와 주가 상승은 구별해서 보는게 맞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그룹이 인적분할 후 3사 변경상장 및 재상장을 진행한 지난 6월16일 이후 주가도 연일 하락세를 보였다. 동국씨엠은 1만7570원에서 7390원으로 58% 떨어졌고, 동국제강은 35.7% 내렸다. 동국홀딩스는 16일 거래 당일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후 34.9% 하락세를 이어갔다.
최근 해운·물류 사업 인적 분할을 발표한 STX가 주가 강세를 보인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왔다. STX는 지난 16일 인적분할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서 상한가를 시작으로 10거래일 동안 128.99% 급등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인적분할이 새로운 소식이 아니고 공개매수도 예고된 사항"이라며 "최근 STX가 인적분할 발표 후 주가 급등한 사례가 있다보니 개인투자자들이 '묻지마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동국제강그룹은 하반기 공개매수 현물출자를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번 현물출자는 지난 2020년 개정된 공정거래법 내용에 따라 사업회사인 동국제강과 동국씨엠의 지분 확보(30%)로 이뤄질 예정이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