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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中企 "이제 숨통…수출 대비 인력 2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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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롭기로 유명한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진출했는데 이집트나 체코·폴란드는 더 쉬울 겁니다. 계획된 원전 수출이 실제 가시화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28일 찾은 경기 안산의 금화정수는 원전산업 생태계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에 들뜬 분위기였다. 1959년 설립된 이 회사는 1979년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에 납품을 시작해 국내 모든 원전뿐 아니라 UAE 바라카 원전에도 수처리설비를 납품했다. 국내 원전 기자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UAE에 지사를 두고 수처리설비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금화정수는 원전 관련 사업으로 연평균 300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2019년 매출이 150억원으로 뚝 떨어졌고, 이후로도 회복되지 않았다. 원전업계에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전직하는 직원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원전 생태계가 조금씩 부활하면서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금화정수도 5명이던 연구인력을 최근 10명으로 늘리는 등 본격적인 일감 수주 채비에 나섰다. 현장에서 만난 금화정수 관계자는 “아직 공장에는 10여 년 전 수주한 바라카 원전 설비를 교체하는 일감밖엔 없어 빈 공간이 많다”면서도 “머지않아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 일감으로 공장이 꽉 찰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른 원전 중소기업 역시 비슷한 분위기였다. 같은 날 찾은 충북 음성의 국제전기는 작업자들이 소형모듈원전(SMR) 시제품을 조립하는 데 한창이었다. 1946년 변압기 제조사로 출발한 국제전기는 1984년 원전 전원 공급 장치 납품을 시작했다. 이 회사 역시 과거엔 원전 사업 매출이 연평균 150억~170억원을 기록했으나, 탈원전 기간엔 60억원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국제전기는 최근 수년간 탈원전 정책 이전에 수주했던 물량과 유지·보수용 설비만 납품하면서 원전 사업부의 명맥을 겨우 유지해왔다. 그러나 작년부터 원전 생태계가 살아날 조짐이 보이면서 국제전기도 신규 설비를 들이는 등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국제전기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삼중수소 제거 설비 관련 일감을 수주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박진만 국제전기 사장은 “국내 원전 정책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다 보니 기업인으로서 인력과 설비에 추가 투자하는 것이 꺼려졌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엔 정부의 원전 수출 사업뿐 아니라 SMR 사업도 늘어날 전망이어서 수억원에 달하는 시험장비를 들이는 등 연구에 매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원전 생태계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개최한 ‘원전 수출일감 통합 설명회’에서 엘다바 기자재 공급을 오는 10~12월 발주해 내년 4~6월엔 계약을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체르나보다 기자재 공급은 올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발주해 내년 3~12월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과거 건설이 완료된 국내 원전은 기자재 발주부터 계약 종료까지 1년 이상이 소요됐는데 이를 반년가량 줄이는 것이다. 정부는 동시에 원전 설비 수출에 나서는 기업들의 부담도 줄여준다. 한국수력원자력 협력업체 215곳의 해외사업 유자격 심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당초 한수원 해외사업에서는 경영 품질 기술 등 세 분야의 심사를 통과해 해외사업 유자격 공급사로 등록돼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부담을 완화한 것이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2023년이 원전 생태계 정상화의 원년이 되도록 총력을 다해 지원하겠다”며 “2027년까지 5조원 규모의 해외 원전설비 프로젝트 수주, 2030년까지 10기 원전 수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음성=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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