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사업주는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제109조 제1항에서 이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업주의 조치가 불리한 처우로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다. 다만, 근로기준법의 조항과 거의 동일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위반 여부에 관한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 판결은 ‘①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②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③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④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⑤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해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⑥불리한 조치에 대해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하였는데, 현재 하급심 판결들은 이 기준을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 위반인지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청주지방법원 2022. 4. 13 선고 2021노438 판결 등).
한편, 최근 하급심 판결은 불리한 처우인지 판단하는 요소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에서 사용자의 사전 임시조치 시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를 금지한 점, 제4항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된 후 사용자는 '피해근로자가 요청하는 경우'에 근무장소 변경, 배치전환 등으로 조치할 수 있는 점, 제5항에서 행위자(가해자)에 대한 징계 시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불리한 처우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4. 6 선고 2020고단245 판결).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근로기준법 규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에서 갖가지 방법으로 동료를 괴롭혀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등으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입법된 것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근로자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기업에도 막대한 비용 부담을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 하에 신설되었다. 따라서 그러한 입법 취지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나 피해근로자 등을 당연히 엄격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불리한 처우인지 여부에 대해 피해근로자의 주관적 의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논의에까지 이르면, 최근 ‘일부’의 근로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조항을 남용하여 본인의 징계 수위를 낮추려고 하거나 나아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리한 처우’를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 것인지 신중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불리한 처우’를 한 사업주는 형사처벌까지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를 생각해 보자. S사는 지방의 조그만 회사인데, 2020년 횡령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외부에서 새로운 임원 A가 영입되었다. 임원 A는 횡령사고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고 사고발생 방지를 위한 체계 수립 업무를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들과 마찰이 생겼고, 급기야 직원 B가 A로부터 폭언 등으로 인한 직장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한다. 그리고 이어진 회사의 조사 결과 폭언 사용이 인정되어 A는 경징계를 받았다. A는 징계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횡령 사건 관련 처리를 마무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번에는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A가 아닌) B를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회사는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노무법인에게 조사를 의뢰했는데, 조사 결과 B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여러 가지 비위사실이 있다고 보고되었고, 회사는 인사규정상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B를 징계해고했다. 그러자 B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것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과다하여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에는 보복성 징계였다고 보인다는 사정이 고려되었다.
원래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게 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그리고 사업주의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나 그와 관련된 문제 제기와 무관하거나, 사업주의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과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불리한 처우 금지 조항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위 대법원 2016다202947 판결).
위 사안의 경우, 필자가 보기에는 징계사유들 중 절반 이상은 하나만 인정되어도 회사의 징계양정 기준상 징계해고가 가능한 사안이었다. 즉, 보복성 징계인지 여부가 문제되지 않았다면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해도 문제없는 사안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보복성 징계인지 여부가 이슈가 되자 징계양정이 과다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그러한 사정이 고려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가 완전히 정착되면서,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피해근로자 등을 보호하는 제도를 악용하는 근로자들도 생기는 것 같다.
대법원이 판시한 것처럼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무관하거나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볼 이유가 없으나, 징계를 받은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에 따른 불리한 처우를 주장하면 일단 사업주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거기에 피해근로자 등의 주관적인 의사를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이유가 더해져, 피해근로자 등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보호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들로서는 그런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인사 처분시에는 보다 더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신중한 업무처리가 되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