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개월 감사 끝에 내놓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운영실태 보고서’를 보면 한숨이 앞선다. 교부금이 ‘초·중등 교육의 균형있는 발전 도모’라는 취지와 달리 쓰인다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이리 흥청망청할 줄은 몰랐다. 행정·공무 직원들에게 수십억원어치 공짜 노트북을 뿌리고 모든 학생에게 현금을 나눠주는 등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교부금 제도를 잘못 설계한 바람에 넘칠 만큼 배정된 예산을 어떻게든 소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다. 작년의 경우 정해진 교부금(내국세의 20.79%) 63조2000억원 외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세계잉여금 정산에 따른 추가 지급액이 15조7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5년간 학력 제고와 교육시설 개선이 아니라 현금·복지성 사업에 쓰인 예산만 3조5000억원이다. 약자·노인 복지, 청년 지원 등 정작 필요한 부문에선 돈 가뭄이 심각한데 다른 한쪽에선 혈세를 펑펑 낭비하고 있다니 놀라움을 넘어 분노하게 된다.
지방정부는 나날이 빚이 늘어가는데 지방교육청은 가만있어도 곳간에 돈이 쌓이는 형국이다. 미처 쓰지 못해 저축으로 잠자고 있는 전국 시·도교육청 기금이 22조1394억원(작년 말 기준)이다. 교육당국이 악성 시민단체처럼 ‘국고털이’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방 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요구가 대두한 지 오래인데 달라진 건 없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891만원인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은 2070년 9781만원으로 11배 폭증한다. 초·중등생 수는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반면 교부금은 약 4.5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학령인구 감소에 맞춘 신규 채용 감축과 교대 정원 조정 문제를 교육부가 의도적으로 외면했다고 보고서는 질타했다. 비정상을 보고도 바로잡지 않는다면 정부와 국회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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