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24일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화학물질 사전등록 기준을 연간 0.1t 이상에서 유럽연합(EU) 기준인 연간 1t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고 보고했다. 지금은 화학물질을 연간 0.1t 이상 제조하거나 수입하려는 업체는 사전등록을 해야 하는데 이 기준이 글로벌 스탠더드보다 너무 엄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규제가 완화되면 반도체·전자 등 첨단업종의 700여 개 기업이 등록 비용을 절감하고 제품 출시를 앞당길 수 있어 2030년까지 총 2000억원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환경부는 밝혔다.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시험자료 제출은 대폭 간소화하기로 했다. 현재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르면 2030년까지 1만6000개 기업이 기존 화학물질 등록에 필요한 시험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제출 요건을 간소화할 경우 약 1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 업종의 환경 규제도 개선한다.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디스플레이 특화 시설 기준을 마련한다. 업계에선 연 1조1000억원의 경제 효과를 기대한다. 불소 배출 기준도 합리화한다. 산업 폐수의 기업 간 재이용을 허용하고, 환경영향평가 신속 처리 제도도 운용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그간 사고 위험이 낮은 사업장에도 일괄 적용해온 330여 개 취급시설기준 등 화학물질 규제는 위험도에 따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화학물질 취급량이 적은 중소기업 등은 일부 규제를 면제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 영향이 크지 않은 경우 정식 환경영향평가 대신 ‘간이 평가’가 허용되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통한 평가로 대체할 수 있게 된다.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위반 시 처벌을 완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관섭 영광YKMC 사장이 “과도한 화관법 처벌 규정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하자,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적정성 검토를 거쳐 환경 처벌 규정 전반의 종합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처벌 기준이 과도하다면 환경부와 법무부가 협의해 현실화하라”고 지시했다.
환경 규제 관련 민관협의체도 구성될 전망이다. 한 참석자가 정부와 민간이 환경 규제와 관련한 협의체를 세우면 좋겠다고 건의하자, 한 장관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곽용희/도병욱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