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2월과 4월, 5월, 7월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이다. 소비자물가가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하는 등 안정된 데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영끌 청년, 금융비용 생각해야”
한은은 2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경기는 성장세 개선 흐름이 다소 완만해진 모습”이라며 “국내 물가는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로 낮아지는 등 예상에 부합하는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이 총재는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 금리 수준을 연 3.75%로 올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라며 “금리 인하보다는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둬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은은 미국에서 24일(현지시간)부터 사흘간 열리는 연례 경제심포지엄인 잭슨홀 회의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지속 여부를 확인한 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를 긴축적 통화정책을 고수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으면서 부동산 문제를 직격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가 지난 두 달 동안 예상보다 더 증가했다”며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가 지난 10년처럼 연 1~2%대로 낮아질 가능성은 한동안 크지 않다”며 “낮은 금리로 갈 것으로 예상해서 돈을 빌려 집을 샀다면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62조8000억원으로 3월 말(1853조3000억원)보다 0.5%(9조5000억원) 많았다. 주택담보대출이 14조1000억원 증가하면서 가계대출은 10조1000억원 늘었다. 이 총재는 “지난해 말 부동산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완화한 부동산 관련 미시적 규제를 조정해야 할 때”라고 했다.
또 “미시적 대책을 통해 조정한 후 부족하다면 거시적인 정책도 생각하겠다”며 “가계부채 상황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한은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해도 가계부채가 늘어나면 금리 인상 등을 통해 대응할 것이란 의미로 파악된다. 한은은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도 가계부채 증가 여부를 향후 금리 인상을 결정할 때 고려할 요인으로 추가했다.
○성장률, 최악의 경우 1.2%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올해 1.4%, 내년 2.2%로 예측했다. 올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를 유지했지만 중국 경제 상황을 반영해 내년 성장률 예상치는 0.1%포인트 내렸다.이 총재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망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고 있다”며 “회복이 더뎌질 것을 예상해 내년 성장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부동산 부진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 성장률도 올해 1.2%까지 하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총재는 “중국의 고도성장 때문에 그동안 편하게 성장해 온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며 “어렵더라도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낮아 금리나 재정으로 보완할 상황이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은은 물가상승률을 종전과 같이 올해 3.5%, 내년 2.4%로 제시했다. 올해 경상수지는 5월 예상치보다 30억달러 많은 270억달러 흑자로 전망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