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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사막' 영상 공개에도 파랗게 질린 주가…"신작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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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어비스가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신작 '붉은사막'의 플레이 영상을 공개했지만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신작 출시 일정마저 늦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탓이다.

펄어비스는 23일 오후 2시 전일 대비 약 12.5% 내린 4만725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한달 간 최대 낙폭이다.



전날 글로벌 시장에 차세대 기대작을 공개했지만 증시에선 실망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펄어비스는 22일(현지시간) 독일 쾰른에서 열리는 게임 박람회 '게임스컴 2023'의 개막 전야제 행사에서 약 3분 길이인 붉은사막 인게임(실제 게임 내용) 영상을 공개했다. 2년 8개월에 나온 신규 게임 영상이다. 펄어비스는 2020년 말 북미 최대 게임 행사인 '더게임어워드'에서 붉은사막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했다.

증권가에선 영상이 공개되자 오히려 신작 기대가 반감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주가를 끌어올릴 단기 모멘텀 재료가 없어진데다 기존에 예상됐던 내년 상반기 신작 출시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오히려 커졌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에 따르면 붉은사막은 올해 게임스컴에 국내 대형 게임기업이 새로 출품한 게임 중 유일하게 베타테스트나 시연 행사가 없는 게임이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손에 꼽는 큰 행사에 3분짜리 영상만 나왔을 뿐, 일부 맵(게임상 공간)이라도 데모 버전을 내놓지 못했다"며 "실제 게임 완성까지는 한참이 남았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초엔 작년에 10분 넘는 길이로 실제 플레이 영상을 공개하기로 했는데 해를 넘겨 약 3분 분량 영상이 나온 것"이라며 "출시는 기존 예상보다도 더 걸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붉은사막 유튜브 공식 계정을 통해 나온 영상에 댓글을 단 게이머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게임 유튜버 Ranton은 "게임 영상이 대단하다"면서도 "실제 게임도 이렇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는 댓글을 달아 약 4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았다. 다른 네티즌은 "게임 영상이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야심차 보인다"며 "'실제로 나오는 걸 봐야지만 믿을 수 있는' 게임인 것이 확실하다"고 썼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작년 게임스컴에 데모를 출품한 이후 마무리 개발(폴리싱)을 거쳐 정식 출시까지 1년 이상이 걸렸다"며 "이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도 ‘붉은사막’ 출시를 장담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2019년부터 개발 소식을 알린 게임이다. 당초엔 2021년 하반기 글로벌 출시가 목표였으나 일정이 수차례 연기됐다. 2021년엔 코로나19에 따른 협업 난관 등을 이유로 출시 일정을 한 해 미뤘다. 작년엔 올해 하반기 중 개발을 완료할 것이라고 재차 연기했다. 펄어비스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도 정식 출시 일정 계획을 재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붉은사막 출시가 '하세월'인 와중 실적은 내리막을 타고 있다. 펄어비스는 대표작 '검은사막'을 2014년 출시한 이후 이렇다할 신작이 없다. 매출의 대부분을 검은사막에 의존하는 구조다. 지난 2분기 매출 784억원 중 약 72%인 565억원을 검은사막이 벌어줬다. 나머지 매출 약 200억원은 펄어비스가 앞서 인수해 100% 자회사로 둔 CCP게임즈의 '이브'에서 나왔다. 기존 유명작은 시간이 지날 수록 매출이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펄어비스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6% 줄었다.

새 먹거리는 나오지 않은 채로 개발자 인건비 등이 꾸준히 오르면서 올 2분기엔 영업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 141억원, 당기순손실 44억원을 냈다. 이 기간 펄어비스는 인건비로 496억원을 썼다. 매출의 63.2% 비중 수준이다.

증권가에서 붉은사막 출시일이 불투명한 것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는 또 있다. 펄어비스가 준비 중인 또다른 신작 '도깨비' 출시도 붉은사막 일정이 관건이라서다. 펄어비스는 앞서 도깨비는 붉은사막 이후로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게임을 동시에 개발하고 있지만, 게임엔진을 비롯한 핵심 개발 인력은 붉은사막에 먼저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펄어비스도 이같은 점을 의식하는 모양새다. 이달 말부터는 투자자설명회(IR)에 나서 투심 붙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펄어비스 측은 "서울 여의도를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을 만나 주요 경영현황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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