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차관을 지낸 서호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사진)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사임했다.
21일 정부와 여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 이사장은 지난 10일께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통일부가 지난주 사임안을 처리했다. 정부 소식통은 “서 이사장이 조금씩 개인 물품을 정리하다가 직원들에게 사임을 미리 알리지 않고 갑자기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다고 했다”며 “퇴임식도 필요 없다며 조용히 떠났다”고 전했다.
서 이사장의 사임은 통일부의 대규모 감축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는 김영호 장관 체제가 들어서면서 부처 구조조정과 함께 개성공단재단을 해산하는 방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남북 대화가 전무한 데다 개성공단이 장기간 폐쇄돼 실질적인 활동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여권 관계자는 “재단 해산을 검토하라는 정부 방침에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본인이 사임해야 남은 직원들의 고용 문제도 보다 원활하게 해결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재단에서 일하는 직원은 48명으로, 통일부 소속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재단이 해산되면 신분을 보장받지 못한다. 통일부의 예산·인력 축소안이 재단에 전달됐지만, 아직까지 공식적인 구조조정 지침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이사장이 스스로 물러나면서 재단 해산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서 이사장의 사임은) 통일부 개편, 구조조정의 일환 아니겠냐”며 “다만 (재단 해산에 대한) 법률 검토는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했다.
필수 인원만 남기고 재단을 존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개성공단재단은 ‘개성공업지구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 운영되는 법정기관으로 재단 소유의 개성공단 자산 이관 문제 등 까다로운 법적 쟁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폐쇄 후 재단은 피해 입주기업에 대한 지원 및 자산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재단 운영비로는 지난해 남북협력기금에서 84억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80억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