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 21일 15: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프로TV 운영사 이브로드캐스팅의 상장 예비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진행될 자료 제출 및 실사 단계에서 사업의 계속성 뿐 아니라 이사회의 미비한 경영진 감시 기능이 주된 심사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대다수 이사회 구성원이 김동환 대표와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어 별다른 견제 기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사외이사는 실제로는 이사회에 참석조차 하지 않고 있으며 내부자의 이해충돌 방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등 아직 상장사에 걸맞은 경영 체제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김동환 대표 측근 인사 위주 이사회 구성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브로드캐스팅과 한국거래소는 지난주 금요일 코스닥 스팩합병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의 킥오프 미팅을 진행했다. 지난달 20일 상장예심을 청구한 지 약 한 달만이다.거래소 측이 요청한 자료를 이브로드캐스팅이 제출하면 경영 계속성과 경영 투명성, 기업공시 및 주주이익 보호 등의 질적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업계에선 거래소 심사 단계에서 이브로드캐스팅 내부통제에 대한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브로드캐스팅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사내이사 김동환·강준구·이진우 3명과 사외이사 이억원·신종현·이의웅 3명 등이다. 김동환·강준구 씨가 각자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사외이사 3명이 감사위원도 겸직하는 구조다.
작년까지 이진우·정영진·전석재 3인이 공동 대표를 맡고 있었지만, 작년 말 정영진 전 대표와 전석재 전 대표가 물러나고 이진우 이사도 대표직을 내려놨다. 대신 그동안 이사회 의장이었던 김동환 대표가 대표이사까지 겸직하며 경영진에 변화가 생겼다.
김동환 대표는 이브로드캐스팅 지분 3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진우 사내이사와 정영진 전 대표가 각각 지분 13.9%를 소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감원 팀장 출신 강준구 대표와 이억원 전 기획재정부 1차관, 이의웅 예교지성회계법인 대표, 신종현 농협재단 사무총장 등이 합류하며 현재의 이사회 진영이 꾸려졌다.
다만 이들 대부분이 서로 친분이 있는 인물로 사실상 이사회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을 다 하기 어렵단 평가가 나온다.
김동환·강준구 대표와 이억원 사외이사는 경신고 동기 동문이다. 김 대표와 이억원 사외이사는 1967년생이며 강 대표는 1968년생이지만 모두 친구처럼 격없이 지내는 끈끈한 사이다.
이의웅·신종현 사외이사는 강 대표가 금감원에서 일하던 시절 연을 맺은 인물들로 김 대표와 이의웅 사외이사는 경희대 동문, 강 대표와 신 사외이사는 한양대 동문이기도 하다.
고위 관료 출신 인사와 금융 전문가 등을 영입하며 무게감을 키웠지만, 경영 투명성 제고보단 순조로운 상장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주를 이루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독립성을 위해 경영진과 친분이 낮은 인물들을 영입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김동환 대표를 중심으로 현재 이사회 구성을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단순히 친분 관계가 있는 것을 넘어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부 사외이사는 서류 상에선 출석한 것으로 처리됐지만 실제로는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례가 반복됐다.
거래소는 수사 권한은 없기 때문에 통상 상장 예심 단계에서 이사회 의사록만으로 이사회의 기능을 평가한다. 다만 부실 의혹이나 민원이 제기될 경우에는 좀 더 구체적인 자료를 요청해 내부통제 이슈를 면밀히 검토한다.
구멍 뚫린 내부통제·이해충돌 규정
이브로드캐스팅은 과거에도 내부통제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일부 임원들은 1억원이 넘는 고급 차량을 법인 차량으로 등록해 사용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달 리스료만 200만원이 넘게 지출됐다.법인 차량의 경우 경영 및 영업상 목적에 필요하다면 인정될 수 있지만, 지나치게 고가의 차량인 경우 상장 예심의 경영 투명성 항목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올해 상장 작업이 본격화된 뒤 뒤늦게 일부 임원은 법인 차량을 개인 명의로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이브로드캐스팅 감사 역시 독립적인 기능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했다. 김동환 대표의 가족이 감사를 맡거나, 감사로 일하던 인물이 퇴임 이후 삼프로TV에 출연하며 적지 않은 출연료를 받는 식이다.
투자 관련 내용을 콘텐츠로 만드는 기업이지만 출연자에 대한 이해 충돌 방지 조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출연자가 마음 먹고 특정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이후 출연해 해당 기업을 홍보해도 이를 제지할 방안이 없는 셈이다. 제작진의 주식 매수 역시 마찬가지다.
이브로드캐스팅이 그동안 유치한 투자금의 사용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약 280 원인데, 이 가운데 적지 않은 금액이 공모주 투자나 펀드 투자 등에 사용됐다는 의혹이다.
작년 재무제표에 따르면 이브로드캐스팅은 작년에 종속기업 투자 외에 약 38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 활동에 사용했다. 공모주나 주식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작업에 착수한 뒤부터 손실을 감수하며 대다수 자산을 매각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투자 유치 금액이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 확인하는 것 역시 이사회의 기능”이라며 “이브로드캐스팅이 상장 작업을 진행하며 문제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사회 구성을 바꾸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실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삼프로TV 안팎의 평가”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