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 후 3국 정상은 ‘새로운 장’ ‘역사의 한 페이지’ 등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3국 협력의 역사가 그 전과 후 완전히 달라질 것이란 말이 틀리지 않을 정도로 안보에서 산업, 금융, 정보, 공급망, 우주,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포괄적 협력 토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분절적 한·미, 미·일 양자 협력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면서 3국 관계의 ‘뉴노멀’ ‘패러다임 시프트’라고 할 만하다.
안보 분야에선 역내외 공동 위협에 대해 공조를 명시한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이 주목된다. 3국 간 훈련 매년 실시, 핵·미사일 돈줄 차단을 위한 사이버 범죄 대응 등 대북 공조 논의가 단건별 비정기적 수준이던 이전과 대비된다. 동북아 차원을 넘어 인도·태평양까지 협력 외연을 넓힌 것은 한국이 신(新)글로벌 안보·경제 체제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의미다. 우리의 책임감이 커진 만큼 다양한 외부 안보 경제 변수에 대처하기 위해 외교 역량을 잘 갖춰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 대해 벌써부터 “일본과의 준군사동맹”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해상과 공중 정찰 자산이 우리보다 뛰어난 일본과의 협력체제 구축이 불가피한데 준군사동맹 프레임으로 ‘닥치고 비난’하는 것은 억지다.
공급망과 관련, 핵심 광물 등의 ‘조기 경보 시스템’과 첨단 기술 탈취를 막기 위한 공조도 의미가 크다. 광물 수출 통제에 나선 중국에 3국이 공동 대응하면 공급망 안정성이 훨씬 높아질 것이다. 첨단 분야 협력 강화는 한국은 제조, 미국은 원천기술, 일본은 소재 등에서 각각 강점을 가진 만큼 상호보완적인 분업 구조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 한·미·일이 사상 첫 재무장관 회의를 열기로 함에 따라 금융·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협력이 3국 차원으로 넓어져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이 기대된다.
3국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매년 정상회의와 외교·국방·재무·산업장관 회의 등을 열기로 했다. 협력 제도화의 기반은 마련한 셈이다. 중요한 건 제대로 된 실천과 각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불가역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다. 그 책임은 3국 모두에 있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에 발목 잡혀 틀어지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 시절처럼 한·미 연합훈련의 즉흥적 중단 같은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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