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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마을] "10년內 달에 간다"…아폴로 계획 성공비결은 명확한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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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 10년이 끝나기 전에 달에 인간을 착륙시키고,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는 과업을 달성해야 합니다.”

1961년 5월 25일 의회에 출석한 존 F 케네디가 “달에 인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약 한 달 전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도는 우주 비행을 성공한 뒤였다.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우리는 잘 안다. 불과 8년 만인 1969년, 아폴로 11호 승무원들이 달에 발을 디디며 불가능해 보였던 이 목표를 달성했다.

<고객이 찾아오는 브랜드는 무엇이 다른가>는 미국의 달 탐사 계획에서 기업을 위한 교훈을 끌어내는 책이다. 저자 테레사 M 리나는 경영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여러 스타트업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거쳤다. ‘스푸트니크 쇼크’로 위기감에 빠졌던 당시 미국처럼 오늘날의 기업들도 기술적 우위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경쟁자의 등장에 위협을 받고 있다.

첫 번째 교훈은 ‘집중의 힘’이다. 아폴로 12호에 탔던 우주 비행사 딕 고든은 이렇게 말했다. “뚜렷한 목표가 있고, 모두와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모든 행동이 목표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면 불가능이란 없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달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이를 태양과 레이저에 빗댄다. 태양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지만 모자나 선크림만 있으면 몇 시간이라도 문제없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다. 레이저는 몇 W(와트)에 불과한 에너지를 응집해 다이아몬드에 구멍을 낼 수 있다.

2004년 파산 위기에 내몰린 레고가 그렇게 살아났다. ‘블록으로 돌아가자(back to the brick)’는 슬로건 아래 테마파크와 의류 등 부가 사업을 정리했다. 잘 쓰이지 않는 특수 블록은 과감히 없애고, 5~9세 아동에게 다시 집중했다.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케네디의 연설은 왜 그렇게 미국인들을 감동하게 했을까. 여기에 또 배울 점이 있다. 케네디가 내세운 목표는 대담하고 논쟁적이었다. 그러면서도 허무맹랑하지 않았다.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이 명확했다. 소비자는 그런 상품이나 서비스에 끌린다.

테슬라는 전기차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운송 및 에너지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2008년 전기 스포츠카인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모델S, 모델X, 모델3를 내놓으며 이를 구체화했다. 테슬라가 보여준 혁신은 너무나 명확했다.

달 탐사 프로젝트는 엄청나게 복잡한 과제였다. 1961년 1만200명이던 미항공우주국(NASA) 직원은 1960년대 중반 3만4000명으로 3배가 됐다. 협력체는 37만5000곳으로 10배 넘게 늘었다. 새턴 5호 로켓만 해도 너트와 볼트, 와셔, 회로판 등 300만 개의 부품이 들어갔다.

기술만 추구해선 불가능한 작업이었다. NASA 행정관이던 제임스 웹은 종종 “아폴로 프로젝트의 성공은 다른 무엇보다 적절한 관리의 결과물”이라고 말하곤 했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책은 “많은 기업이 공통으로 저지르는 실수는 시장과 솔루션 개발, 운영 계획을 조직 내에서 따로따로 관리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대 애플에선 디자인, 마케팅, 제품 관리, 제조, 엔지니어링을 비롯한 모든 업무가 통합돼 이뤄진다. 재무 담당자가 디자이너에게 “그건 불가능해요. 돈이 너무 많이 드니까요”라고 말하는 일은 애플에서 일어날 수 없다.

미국은 달 착륙에 성공했지만 이후 우주 탐사에 대한 동력은 약해졌다. 그와 함께 혁신도 줄었고, 현재 NASA는 스페이스X 같은 민간 회사의 우주선에 의존하고 있다. 저자는 “어떤 시장에서 고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조차 ‘미 투’ 모조품은 언제나 기업을 따라온다”고 말한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개척하자 다른 기업들도 스마트폰을 내놓고, 테슬라를 따라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 그런 예다.

책은 미국의 달 탐사를 통해 기업 경영을 바라보게 하는 독특한 관점을 제시한다.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컨설턴트 출신답게 요점을 잘 뽑아내지만, 그만큼 모든 것이 간략하며 깊은 분석은 제공하지 않는다. 마케팅과 브랜딩에 주로 초점을 맞춘 점도 독자에 따라 불만족스러울 수 있겠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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