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가 없으면 성공도 실패도 없다. 수많은 시도 가운데 중간에 사라져버리는 것도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실패는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중간 과정의 좌절을 최종적인 실패라고 규정하는 순간 우리 사회의 변화는 요원해진다. 애플의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이 2008년 내놓은 야심작 ‘옴니아폰’, 그리고 2016년 출시 54일 만에 단종된 휴대폰 ‘노트 7’을 기억해보자. 이런 좌절을 실패라고 규정하는 순간 새로운 시도 자체를 하지 않게 된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된 갤럭시 폴드는 옴니아폰과 노트 7 등 그동안의 좌절을 극복해낸 결과이자 ‘끊임없는 시도’의 연장선이다.
사회생활에서의 다양한 거절 역시 실패와 좌절의 다른 모습이다. 이는 마치 군대의 훈련과도 같은 것이다. 성공과 좌절은 사진처럼 순간의 기록이 아니라 연속되는 흐름으로 봐야 한다. 실패와 좌절을 대하는 자세에 따라 개인, 조직의 경험과 성숙도가 달라진다. 실패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구글의 공동묘지, 애플의 실패 박물관이 우리 사회에 주는 교훈은 너무나 선명하다.
한 인간이 태어나서 한 단어를 내뱉고, 한 걸음의 발자국을 내딛기 위해 하는 수많은 시도와 좌절을 실패로 규정할 수 없듯, 혁신과 창업의 시도도 그러하다. 더구나 혁신은 계획으로 달성하거나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혁신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투자의 성공과 실패는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투자는 위험의 인수다. 성공한 투자에 대한 보상과 실패한 투자의 책임 문제를 어떻게 합의할지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그나마 성공한 투자는 투자 대상 기업이 기업공개(IPO)에 성공하거나 혹은 기타의 방법으로 투자 금액을 잘 회수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반면 실패한 투자는 무엇일까? 간단하게는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기대수익을 달성하지 못한 것을 실패한 투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드러나지 않은 실패에 더 주목한다. 충분히 기회가 있었지만 시장성이 없다거나 수익성이 없다는 등의 핑계로 투자하지 않은 회사가 잘 되는 경우가 진짜 실패한 투자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기업이 구글과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할 기회를 놓친 것이 그동안의 투자 사례 중 가장 뼈아픈 실패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무지와 게으름과 오만으로 정말 좋은 투자 기회를 놓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하지 않은 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크다고 한다. 겉으로 드러난 투자 실패 사례에서는 배우는 것이라도 있지만,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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