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북 안동시청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집단탈퇴 시도에 ‘지부장 권한 정지’로 맞선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의 행위를 위법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18일 정부 관계자는 “전공노의 안동시지부장에 대한 권한정지 통보는 자유로운 노동조합 가입과 탈퇴를 보장하는 노조법 5조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처분”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명령 결의·처분 의결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공노 안동시지부는 오는 30~31일 임시총회를 열어 민주노총·전공노 탈퇴를 위한 전체 조합원(1300여명) 찬반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공직사회에서 전공노 집단탈퇴를 시도한 노조가 등장한 것은 2021년 8월 강원 원주시청 노조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안동시지부는 민노총·전공노의 ‘너무 잦은 정치투쟁’을 탈퇴 이유로 내세웠다. 유철환 지부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저희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전공노는 민주노총의 방침에 따라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국가보안법 폐지, 사드 배치 반대에 이어 지금은 윤석열 정권 퇴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전공노는 곧장 지부장 권한 정지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전공노는 지난 16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유 지부장에 대해 “조직 탈퇴 및 조직형태 변경에 대한 임시총회를 소집하고 서명부를 배포하는 등 ‘반(反)조직 행위’를 했다”며 권한 정지를 통보하고 반조직행위 즉각 중단을 명령했다.
전공노는 “현재 직책 관련한 일체의 권한을 정지한다”며 “즉각 반조직행위를 중단할 것을 명하고 이후 권한 정지된 직책을 사칭한 모든 행위는 원천 무효”라고도 엄포를 놨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전공노의 처분이 노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로운 가입·탈퇴를 가로막는 노조 관행은 노조 부패와 다름없다”며 개혁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게다가 전공노의 권한 정지 처분은 이미 고용부에 의해 위법한 것으로 인정돼 시정명령이 의결된 상벌규정 제10조의2에 근거하고 있다. 전공노 상벌규정 제10조의2는 ‘조합 탈퇴를 선동하거나 주도하는 자’에 대해선 징계 절차 중에라도 위원장이 직권으로 권한정지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고용부가 요청한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고용부는 해당 규정에 대해 “상급단체 탈퇴를 추진하는 지회·지부장의 권한을 정지시킴으로써 총회 의결을 방해해 조합 탈퇴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며 “헌법상 단결권 및 노조법상 노조 설립의 자유 등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전공노는 2021년 강원 원주시청 공무원노조가 민노총 탈퇴를 추진하자 비대위원장과 사무국장 권한을 정지하고 제명 처리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섰다. 이후 전공노는 탈퇴 결의가 권한 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무효확인·가처분 등 각종 소송을 제기하며 원공노를 압박하기도 했다.
안동시지부는 전공노의 압박에도 30~31일 예정된 임시총회와 탈퇴 찬반 투표를 예정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유 지부장은 “탈퇴를 결심하면서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노조 탈퇴가 어려울 줄은 정말 몰랐다”며 “다른 대다수 조합원들도 이런 불합리는 이해하기 힘들다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권한 정지에 대해서는 담당 변호사 등과 논의를 거쳐 조만간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동시지부에 앞서 전공노 탈퇴 문제로 수년간 각종 민형사 소송 등 어려움을 겪은 원주시노조의 문성호 사무국장은 “전공노는 위법한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이 정부에서 나왔는데도 눈 하나 깜빡 않고 여전히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여기고 있다”며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