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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칼럼] "인플레보다 성장성…잭슨홀 심포지엄 발언 주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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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금융시장이 맷집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 증대

금융시장에서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연초만 하더라도 경기침체가 지배적이었던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이제 경기침체라는 단어를 찾아보기는 힘들어졌다. 여전히 견조한 미국의 펀더멘탈이 경기침체 예상시기를 이연 시키는 것도 모자라 노랜딩 기대감까지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초 0.5%에도 미치지 못했던 미국의 예상 경제성장률은 1.6%(불룸버그 컨센서스)까지 올라왔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위험자산의 랠리를 정당화시켰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하락 방향성을 잡아가는듯 했던 미국의 장기금리도 다시 오르기 시작해 어느덧 연고점을 넘어선 상황이다. 올해 나타난 성장률 전망치와 시장금리의 방향성만 놓고본다면, 고금리를 정당화하는 성장률의 개선이 나타났으니 위험자산의 가격에는 나쁠게 없는 환경인 것이다.

미국 제조업 부문의 재고조정 마무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미국 성장률 전망치가 개선되는 근원에는 양호한 고용지표가 자리잡고 있다.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이어져온 지속적인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은 미국내 일자리 수요를 창출하였고, 미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때마다 빠른 회복 탄력성을 보여주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코로나19 이후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낮아진 미국의 실업률은 한때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wage-price spiral)을 초래하는 인플레이션의 원흉처럼 취급받기도 했으나, 현재는 고금리를 버티며 미국 경제를 지탱하게 만드는 한 축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 양호한 고용은 고금리가 촉발할 수 있는 경기위축을 방어하는 힘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대표적인 내구재 소비품목인 자동차 판매량의 경우, 양호한 고용시장에 힘입어 최근 15.7만대까지 회복되며 코로나19 이전 평균의 95% 수준까지 거의 회복되었으며, 소매판매의 양호한 실적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소비 개선은 그 동안 연준의 금리인상이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다. 특히 수요 위축이 방어되면서 주목할만한 점은 제조업의 반등이 조심스럽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국 제조업 ISM 지수의 하위 지수들을 살펴보면, 여전히 경기확장 기준선(50포인트)을 하회하고 있으나 신규주문-재고 스프레드가 2개월째 반등하며 제조업 부문의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속도는 느리지만 제조업 업황도 결국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제조업 개선 가능성은 유가의 반등을 이끌면서, 올해 66달러까지 낮아졌던 WTI 유가는 어느덧 8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금융시장이 긴축에 대한 맷집을 기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결국 성장성
제조업 업황 개선은 경기 모멘텀 측면에서 반길만한 소식이지만, 그와 함께 따라오는 유가 반등, 그리고 유가가 다시 자극할 수 있는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이슈는 반가운 손님으로 보기는 힘들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소폭 반등하기는 했으나 예상치를 하회했다는 소식에 금융시장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었다. 그러나 다음날 발표된 생산자물가(P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소식에는 안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가 개선되면 될수록 중앙은행의 추가 긴축에 대한 명분은 오히려 강화되며, 시장의 불안이 높아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경기 개선의 역설을 잠재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물가보다 월등하게 강력한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다. 올해 미국의 성장성에 대한 전망이 개선된 것은 맞지만 아직 실질금리(r*)보다 월등하게 높은 수준으로 실질성장률(g*)의 개선이 나타난 것은 아니다. 과도하게 낮았던 올해 실질 성장률에 대한 비관론이 완화되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최근 금융시장은 작은 충격에도 흔들리는지도 모른다.

특히 전망에 대한 시계(視界)를 넓혀 내년까지를 바라보면, 실질금리 이상의 실질성장률을 담보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올해 1.6%까지 올라온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내년 0.6%(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시장이 인플레이션과 긴축에 대한 맷집을 기르기 위해서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의 상향 조정이 마지막 퍼즐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인플레이션보다 성장성 지표를 주목해야 할 시간
이달 24~26일에는 미국 캔자스시티 중앙은행의 주관으로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잭슨홀 심포지움(Jackson hole symposium)이 예정되어 있다. 이번 심포지움의 의제(agenda)는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이후 쉽게 내려오지 않는 끈적끈적한 물가(sticky price)와 통화정책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아젠다의 뉘앙스로 미루어보건데 실질중립금리(총투자와 총저축을 균형 수준으로 유지하는 장기중립금리)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에 대한 학문적 고찰을 겸하는 자리도 함께 있지 않을까 싶다.

만약 심포지움에서 코로나19 이후 실질중립금리가 구조적으로 높아졌다는 내용이 거론된다면, 그것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긴축 종료 선언과 같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높은 물가와 금리에 대한 경제 구조적인 변화(Structural Shifts)가 완성되는 그림에서는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긴축을 통해 “경제 구조까지를 바꾸어서 물가를 잡아야만 하는” 당위성과 실효성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논리적인 수순은 물가상승률 정책목표(2%) 상향 조정에 대한 논의가 되어야 할 것인데, 그 동안 연준 위원들의 2% 언급이 일관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시나리오는 실현 가능성이 다소 낮아보인다. 따라서 금번 잭슨홀 심포지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긴축을 지속해야하는, 혹은 고금리를 유지해야 하는 이론적 근거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질 가능성이 있다.

긴축 지속과 고금리라는 단어가 시장 친화적(market friendly)인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맷집이 완성되지 못한 금융시장은 조정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투자자들은 이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조정 후 반등의 촉발제(trigger)는 금융시장의 맷집을 길러줄 수 있는 내년도 성장률의 개선 여부에서 찾아야 할 전망이다. 이제부터는 인플레이션보다 성장성 지표에 주목할 시간이다.

* 본 견해는 소속기관의 공식 견해가 아닌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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