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싸움에 새우 등 안 터질라카몬 어떻게 해야 하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 순양그룹 회장은 손자 진도준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에 대해 진도준은 “새우가 덩치를 키우면 고래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답변이다.
한국은 좁은 내수시장과 자원 부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 주도의 성장 전략을 추구했고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뤘다. 외국 자금과 기술도 유치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 6위 규모의 무역 대국으로 성장했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한국솔베이는 한국 소재산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해 왔다. 1975년 인천 실리카 공장 설립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투자했다. 그 결과 매출 1조원 규모 기업으로 커졌다. 현재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한국타이어 등 주요 기업에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소재·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2014년엔 이화여대에 솔베이 글로벌 중앙 연구센터를 개설해 배터리, 그린수소 등 관련 연구개발(R&D)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국내엔 한국솔베이를 포함해 1만6000여 개의 외국인 투자기업이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10% 이상, 고용의 약 5%,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기둥이다. 최근엔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이 협력을 강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국 정부도 투자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규제를 합리화하는 등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한국은 지난해 ‘역대 최대 외국인직접투자’ 실적인 305억달러를 달성했다. 올해 상반기 신고액도 171억달러로 상반기 기준으로 최대치다. 중요한 것은 한국의 첨단산업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사례가 반도체 노광장비 1위 업체 ASML이다. 이 기업은 총 24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장비 생산 클러스터’를 경기 화성시에 구축 중이다. ASML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업체뿐 아니라 소재부품 기업과 첨단기술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머크 역시 지난 5월 6000억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를 산업통상자원부와 체결했다. 세계 최대 수준인 한국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한국 바이오산업 도약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이 격동하는 세계 경제의 파도를 넘어서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려면 외국인 투자기업, 한국 정부, 한국 기업이 ‘원팀’이 돼야 한다. 특히 정부는 첨단전략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국제 공동 R&D 촉진, 입지 지원 등을 통해 혁신 생태계 조성을 촉진해야 한다. “위기 속에는 위험을 경계하되 기회가 있음을 명심하라”는 말처럼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지금의 불확실성은 한국에 또 한 번의 도약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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