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사망자가 100명에 달하는 미국 하와이주(州) 마우이섬에 부동산 투자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잿더미가 된 땅을 사들여 리조트 등으로 개발해 큰돈을 벌려는 땅 투기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NBC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부동산 투자자들이 마우이 화재 생존자들에게 접근해 땅이나 집을 사겠다는 연락을 하고 있다.
마우이 주민인 티아레 로렌스는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집주인들이 부동산 투자업자들로부터 땅을 사겠다는 연락을 받고 있다. 역겹다"며 "라하이나는 판매용이 아니다. 제발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때를 보내고 있는 이들을 이용하려고 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우이 주민들은 화재 복구 이후 이곳에 계속 살 수 있을지 불안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옛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 유명한 관광지인 라하이나 지역의 주민들은 이전부터 개발 압력에 시달려 왔는데, 이번 대형 화재로 주거지가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외지의 대규모 개발 세력이 들어올 수 있게 된 탓이라는 설명이다.
당국도 이런 투기 행각에 대해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시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보도자료를 내고 "부동산 업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주민들에게 화재 피해를 본 집을 팔라는 연락을 하고 있다"며 "파손된 부동산의 판매를 유예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 법무부 장관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슬픔에 잠기고 재건할 기회도 갖기 전에 우리 주민에게서 땅을 빼앗으려는 것은 희망이 아니며, 우리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기꾼들이 마우이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웹사이트를 통해 사기꾼들이 안전 검사관, 공공기관 직원 등으로 가장해서 청소나 수리를 제안한 뒤 현금 지불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이들이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사칭해 신청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낼 수 있다고도 했다.
하와이주 당국이 밝힌 이번 산불 사망자 수는 99명으로 집계됐으나, 그린 주지사는 CNN 방송에서 "앞으로 10일에 걸쳐 사망자 수가 2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FEMA는 라하이나 재건에 약 55억 달러(약 7조3000억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8일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 가운데 2곳의 산불은 이날까지 8일째 이어지고 있다. 당국은 전날 오후 7시 기준으로 산불이 서부 해안인 라하이나 지역에서 85%, 중부 내륙 업컨트리·쿨라 지역에서 65% 진압됐다고 밝혔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