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부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임종하기 20분 전 도착해 윤 교수의 곁을 마지막까지 지킨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윤 교수는 향년 92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 직후 부친이 입원해있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교수가 의식이 있을 때 윤 대통령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은 "잘 자라줘서 고맙다"였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고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기 전이던 2021년 4월 당시 부친인 윤 교수를 부축하며 재·보궐선거 사전투표소에 들어서는 등 윤 대통령은 부친과 돈독한 사이를 이어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들을 향한 윤 교수의 믿음과 신뢰도 아주 컸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젊은 시절인 2002년 검사 옷을 벗고 1년 동안 로펌에 몸담았다 다시 검찰로 돌아갔을 때, 이를 가장 반긴 이가 윤 교수라고 알려졌다. 윤 교수는 "부정한 돈 받지 말라"는 당부를 입버릇처럼 강조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부친인 윤 교수와의 일화를 자주 소개하며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한 방송에선 "공부 안 하고 놀러 다닌다고 많이 혼났다"며 "대학생 때 늦게까지 놀다가 아버지한테 맞기도 했다"라고 웃으며 회상하기도 했다. 또 학교 시험 성적을 나쁘게 받을 때면 모친 최성자 여사에게 크게 혼날까 봐 자신에게 상대적으로 더 관대했던 윤 교수 퇴근을 기다리며 집 밖을 서성였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연세대 졸업식 축사에서 "아버지 연구실에서 방학 숙제도 하고 수학 문제도 풀었다"며 "아름다운 교정에서 고민과 사색에 흠뻑 빠지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인 지난해 7월 12일에는 윤 교수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부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집무실을 비롯한 업무 공간을 소개하고 만찬을 대접하기도 했다.
한편 윤 교수의 빈소는 고인이 재직한 연세대의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마련됐고 장례는 3일간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윤 대통령은 17일 발인을 치른 뒤 한·미·일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한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