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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스토리, 풀리지 않는 궁금증…그래도 김남길의 연기는 볼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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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어둠의 세계에서 살아온 남자 수혁(정우성 분)은 ‘형님’ 응국(박성웅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이에게만큼은 평범한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연인의 마지막 말을 지키기 위해. 가만히 듣고 있던 응국은 눈썹을 꿈틀거리다가 묻는다. “평범한 게 뭔데?”

배우 정우성이 처음 메가폰을 잡은 영화 ‘보호자’를 보면 절로 이런 대답이 나온다. “평범한 건 다름아닌 이 영화”라고. 영화의 큰 줄거리가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내용이어서다.

줄거리는 이렇다. 폭력조직에 있다가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몰랐던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평범한 아빠’가 되기 위해 손을 씻으려 한다. 하지만 조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딸은 납치된다. 수혁은 위험에 빠진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납치된 어린아이를 구하는 서사는 관객들이 ‘테이큰’, ‘아저씨’ 등에서 지겹도록 본 줄거리다. 정 감독 스스로 “클리셰”라고 할 정도니, 말 다 했다. 뻔한 내용을 특별하게 만들려면 인물에 대한 내밀한 분석과 서사가 더해져야 했는데, 이것도 부족했다. 조직에 충성했던 수혁이 왜 응국과 척을 지면서까지 평범해지기를 원하는지, 2인자 성준(김준한 분)은 왜 수혁에게 질투심을 느끼는지 등 수많은 궁금증이 생기지만, 영화는 끝내 풀어주지 않는다.

그래서 더 돋보인 건 우진(김남길 분)의 연기다. ‘세탁기’로 불리는 우진은 잔혹한 살인청부업자와 철없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쉴 새 없이 오간다. 진지할 수밖에 없는 줄거리를 너무 무겁지 않게 이끌고, 중간중간 웃음도 선사한다. 우진이 만든 못이 발사되는 총은 색다른 액션신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평소 코미디 장르에 관심이 많은 정우성의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김남길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무겁고 진지한 흐름을 우진이 깨는 것 아닐까 걱정했지만, 정우성 감독님이 ‘믿으라’고 했다”며 “우진을 탄생시킨 건 정 감독님”이라고 했다. 영화의 결말도 ‘피식’ 웃음이 터져나오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캐릭터를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우진이 왜 살인청부업에 빠져들게 됐는지, 항상 함께 다니는 진아(박유나 분)와는 무슨 관계인지, 지금도 궁금하다. 15일 개봉, 97분.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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