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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 미진하다고 조정 포기? 쟁의행위는 최후수단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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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2조 5호와 6호는 노동쟁의와 쟁의행위를 정의하고 있다. 5호에서는 “노동쟁의라 함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 간에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6호에서는 “쟁의행위라 함은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문언만 보면 노동쟁의와 쟁의행위가 무슨 관계인지를 쉽게 알 수는 없으나, 6호의 “그 주장”은 제5호의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을 의미한다는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6호의 쟁의행위는 5호의 노동쟁의를 전제로 하는 것이 된다. 즉, 노사 간에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판례도 “근로자의 쟁의행위는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 간의 주장의 불일치로 인하여 생긴 분쟁상태를 유리하게 전개하기 위하여 사용자에 대하여 집단적·조직적으로 노무를 정지하는 투쟁행위”라고 판시하여 쟁의행위는 노동쟁의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대법원 1995. 12. 21. 선고 94다26721 전원합의체 판결).

그런데 제5호에는 한 문장이 더 추가되어 있는데, “이 경우 주장의 불일치라 함은 당사자간에 합의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도 더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라는 문장이다. 이에 의하면 쟁의행위가 가능한 상황인 노동쟁의는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이 단순히 불일치하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교섭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합의의 여지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교섭을 하고 또 해도 도저히 합의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쟁의행위가 가능한 것이다. 이를 쟁의행위의 최후수단성이라고 부른다.

노동조합법이 쟁의행위를 최후의 수단으로 정해 놓은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다. 쟁의행위는 사용자의 생산력에 타격을 가하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노동조합의 집단적 행위이다. 집단적인 실력행사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생산력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 개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이를 제6호에서는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생산력이 타격을 입는 쟁의행위를 피하고 싶어할 수밖에 없다. 한편 노동조합 입장에서도 쟁의행위는 부담이다. 쟁의행위 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무노동무임금). 쟁의행위가 위법성을 띄는 경우에는 기업 내부의 징계책임을 부담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형사책임도 부담할 수 있다. 쟁의행위는 노사관계 당사자를 넘어서 사회일반의 비용 지불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자는 쟁의행위를 최후수단으로 규정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쟁의행위의 최후수단성이 너무 형해화되고 무시되는 것 같다. 먼저, 쟁의행위가 다른 요건을 모두 갖추었더라도 교섭이 미진하여 노동쟁의 상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쟁의행위는 위법일 것이나, 그렇게 판시한 판결을 찾기가 어렵다. 즉, 법원은 단체교섭이 다소 부진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집단적 결의와 찬반투표를 거쳐 목적이 정당한 쟁의행위로 나아간 경우에는 그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노동위원회 조정과정에서도 쟁의행위의 최후수단성이 경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비해 너무 쉽게 조정중지를 선언한다. 교섭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교섭을 더 하라는 행정지도를 하여야 하는데, 너무 쉽게 조정중지를 선언하면서 조정을 포기하는 것이다.

쟁의행위가 임박한 노사관계 당사자들은 겉으로는 일기토를 외치지만 사실 내심으로는 쟁의행위를 피하고 싶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노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는 노동위원회 조정절차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위원회는 노동쟁의를 조정함에 있어서는 끈기를 가지고 어떻게든 노사 간의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노동위원회 실무가 그렇게 이루어지는지는 의문이다. 예전의 노동위원회는 조정기한을 연기하고 밤을 지새워 가면서 끈질기게 조정에 임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러한 모습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노동위원회의 조정대상은 “노동쟁의”이고 노동쟁의는 더 이상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이다. 따라서 노사관계 당사자 중 일방이 조정을 신청하여 조정이 개시되었다고 하더라도, 자주적 교섭에 의한 합의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더 이상 조정을 할 수 없다고 손을 터는 조정중지를 할 것이 아니라, 교섭이 미진하므로 좀더 교섭을 해보라는 행정지도를 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행정지도는 과거 노동위원회 실무에서는 많이 보였으나, 최근에는 그 수가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 자리를 조정중지가 많이 차지한 것 같다.

물론 합의의 여지가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는지는 교섭의 횟수에 따라 판단되는 것은 아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회의 교섭만으로도 합의의 여지가 없었다고 판단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수차례 내지 수십차례 교섭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노사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려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때에 노동쟁의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만약 노사가 1-2회의 교섭만을 거치고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면 노동위원회는 적극적인 조정안을 내거나 조정불성립을 선언하기보다는, 교섭미진을 이유로 하는 행정지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노사 간에 추가적인 교섭을 진행하라고 권고하여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엄청나게 큰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노동쟁의와 쟁의행위의 입구를 지키는 노동위원회의 본분일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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