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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쟁의행위 따른 손해는 누가 어떻게 배상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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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처럼 노동조합법은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게 될 손해의 발생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법한 쟁의행위 중에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법률로써 면책하고 있다. 쟁의행위가 상대방에 대한 물리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노동조합법에서 쟁의행위로써 할 수 없는 행위들을 정하고 있는 점, 쟁의행위가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본질을 고려하면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으로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의 경우에 면책한다고 정함으로써 적법하지 않은 쟁의행위, 즉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는 손해배상의 일반원리에 따라 그 청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게 법률의 해석에 부합하고, 세상의 이치에도 맞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법 제3조를 포함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이르는데 쌍용자동차 손해배상 사건에서 피고들이 47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부담하게 되자, 피고들을 돕기 위해 노란색 봉투에 성금을 담아 모으기 시작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임금으로 생활을 하는 보통 사람 입장에서 이렇게 큰 금액을 배상하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고,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다수의 시민이 모금에 동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치권에서도 현 야당을 중심으로 기업이 쟁의행위를 한 노동조합이나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 개인에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 다수의 개정안이 발의되었다. 노란봉투법이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된 초기 개정안 중에는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 내지 금지하는 조항도 있었지만,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대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배상의무자별로 책임 범위를 개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여기서는 책임범위의 개별화에 대해서만 서술한다).

배상의무자별로 책임 범위를 개별화 하자는 제안이유를 보면, 쟁의행위와 관련하여 법원은 노동조합 및 조합원들의 공동불법행위에 대해 이들 각각의 불법행위 책임범위 여부를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아니하고 모든 공동불법행위자 각각에게 총 손해발생액 전부를 부담시키고 있으므로, 근로3권이 헌법에 부여된 권리임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모든 행위자 각각에 대해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막아줄 필요가 있다는 전제에서 법원이 조합원 등의 쟁의행위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그 손해에 대하여 각 배상의무자별로 각각의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조합원들이 노동조합과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전제에서 조합원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였다. 대법원이 각 행위자별로 책임제한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점에서 이번 대법원판결이 노란봉투법과 맞닿아 있다고 보고 있는 이유다.

이처럼 국회가 배상의무자별로 책임 범위를 개별화하기 위하여 노동조합법을 개정하려는 목적은, 판결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구현된 상황이므로 이미 달성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입법부가 무익한 입법을 하려는 것인지 사법부가 입법도 되기 전에 법적인 근거를 결여한 판단을 한 것인지 의견이 분분할 수 있지만, 대법원의 설명을 보면 기존 판례를 변경하거나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이 아니라 쟁의행위 사안에도 기존 판례 법리를 적용한 것이라는 점에서 사법부가 법적인 근거를 결여한 판단을 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공동불법행위자들 간 공동 배상책임 원칙은 여전히 유지되는 것이고, 다만 책임의 비율만 불법행위에 가담한 정도에 따라 달라지게 된 것인데 이처럼 공동불법행위자들의 책임 범위를 달리 판단한 판례 법리가 이미 존재하고, 이를 쟁의행위 사안에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다시 노란봉투법의 입법 경위로 돌아가 보면, 당초 쌍용자동차 사건에서 논의가 촉발될 때에는 쟁의행위 중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 그 배상 청구를 제한 내지 금지하자는 것이었다. 배상해야 할 금액이 너무 커서 조합원에게 고통을 준다거나 조합활동을 억압 또는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주된 근거로 보인다. 그런데 배상해야 할 금액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피해자의 손해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손해가 크니까 청구 자체를 막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을 거듭해 보아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건에서 손해액을 특정하고 이를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실제 소송에서 손해로 인정되어 배상해야 할 금액이 특정되었다는 것은 이런 저런 사정들을 다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그 만큼의 손해는 인정된다는 의미로 보아야 한다. 쟁의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고, 그에 따른 손해가 인정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기업이고 가해자가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에 대한 청구를 제한 내지 금지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기업이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게 되었을 때 그 손해를 전보받아야 할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점, 더 나아가 그 기업은 형식적으로는 법인으로 존재하지만 결국 그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주체 역시 보호받아야 마땅할 사람이라는 점에서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 내지 금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 내지 금지하는 내용의 조항은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에는 제외되어 있다. 그렇다면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남아 있는 것은 책임을 개별화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이미 판결로써 확인되었고, 이는 기존 법리가 적용된 것이다. 즉 현행 노동조합법으로도 개정 노동조합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 이루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법이 필요하다면 그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추가로 필요하다. 특히 국회의 “근로3권이 헌법에 부여된 권리임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모든 행위자 각각에 대해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막아줄 필요가 있다”는 설명에서 위 행위가 불법행위인 경우에도 보호대상이 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이미 적법한 쟁의행위는 면책되고 있으므로, 불법 쟁의행위인 경우 노동조합이 주도한 쟁의행위라면 궁극적으로는 노동조합 차원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구체적인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주도한 쟁의행위의 태양을 넘어 조합원 개인의 돌발적인 불법행위가 있었고, 그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해당 조합원이 부담하는 게 타당할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인 기업 입장에서는 이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므로, 가해자들이 기업이 입은 손해를 공동으로 부담하고 구체적인 분담비율은 가해자들 내부적으로 정리할 문제로 보아야 한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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