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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신음하는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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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남의 돈을 탕진한다는 게 사회주의 문제점”이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남미의 좌파 국가로 불리는 아르헨티나에도 해당하는 말일까.

아르헨티나는 중국과 맺은 통화 스와프를 통해 최근 ‘급한 불’을 껐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진 채무를 자력으로 갚을 수 없게 되자 IMF 차관을 상환하기 위해 중국 위안화 스와프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미봉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15%에 달하다 보니 아르헨티나 자국 통화인 페소를 보유하려는 수요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외환보유액은 바닥을 드러내다 못해 마이너스(-)인 상태다.
'페소 홍수'가 일으킨 인플레이션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정부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페소를 과도하게 발행해 왔다. 그 결과 아르헨티나는 수십 년 동안 고질적인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다. 2007년부터 2022년 말까지 아르헨티나의 통화 공급량은 연평균 30.7%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연평균 물가 상승률은 35.1%에 이른다.

아르헨티나에는 10종류가량의 환율이 있는데, 그 무엇도 시장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 환율은 현재 달러당 290페소지만 암시장의 환율은 565페소로 격차가 상당하다.

이 같은 이유로 아르헨티나 국민은 ‘세계적인’ 환투기 세력이 됐다. 모두 페소 대신 달러를 비축하려고 한다. 외국 투자자들은 공식 환율로 아르헨티나에 투자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성장에는 악재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고금리 단기 채권인 렐리크(Leliq)를 찍어 무분별한 페소화 발행이 초래한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려고 한다. 30일물 렐리크의 연 환산 금리는 현재 약 155%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더라도 양호한 수익률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국민은 여전히 렐리크나 페소에 관심이 없다. 앞으로 물가가 더 치솟을 것으로 보는 데다 나아가 페소 범람으로 초인플레이션(하이퍼 인플레이션)까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변동성 높여
올해에는 아르헨티나 대통령 선거까지 예정돼 있어 경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9년 8월 중도 우파 성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대선 예비선거에 패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야기해 시장 파장이 컸던 사례가 있다. 예기치 못한 정치적 충격이 일어나면 렐리크 구매 수요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중앙은행이 렐리크로 흡수하지 못한 페소가 홍수처럼 넘쳐흐르면 아르헨티나 경제를 강타할 수도 있다.

당국은 위기의 원인을 가뭄 등 날씨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하지만 가뭄이 든 이웃 나라 브라질에선 물가상승률이 3%대에 그친다.

13일은 아르헨티나의 대선 예비선거일이다. 이 같은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게 후보들의 핵심 과제인데도 아무도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인들이 페론주의 포퓰리즘에 반하는 길을 택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Groundhog Day for Deadbeat Argentina’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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