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에 다가서고 있다. 에스엠은 카카오에 인수된 후 멀티 레이블 체제를 안착해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반면 카카오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본업이 여전히 부진하고, 사법 리스크까지 휘 말렸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에스엠의 주가는 13만6500원에 마감했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분쟁이 끝난 후 3월 말 주가가 9만1100원까지 밀린 것을 감안하면 약 4개월만에 49.8% 오른 셈이다. 카카오가 에스엠을 인수한 가격인 15만원에도 점점 다가서고 있다.
호실적이 에스엠 주가에 불을 붙였다. 에스엠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398억원, 영업이익은 81% 늘어난 357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312억원을 10% 이상 웃돌았다. 일회성 비용을 제거하면 실제 영업익은 400억원대로 추산된다. 카카오에 피인수된 후 음반 유통사를 카카오엔터로 변경하며 50억원의 음반 반품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2분기 영업익 357억원…전년대비 81% 급증
콘서트 매출이 늘어나 실적이 개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 이후 공연이 본격적으로 재개되면서 에스엠은 2분기에만 NCT 드림, 레드벨벳, 동방신기 등 9개 팀이 60회(모객 인원 95만명)의 공연을 열었다. 공연 매출액은 전년 대비 321% 급증한 510억원을 기록했다. 팬미팅도 활성화하며 MD(기획상품) 매출액도 전년 대비 78.5% 늘어난 423억원이었다.증권가는 에스엠의 주가가 역사적 고점을 뚫을 것으로 봤다. 에스엠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된 후 13곳의 증권사가 분석 보고서를 냈다. 이들이 제시한 평균 목표가는 16만6000원이었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질 당시 기록한 최고가(16만1200원)를 웃돌았다.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교보증권으로 18만원에 달한다.
카카오에 인수된 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해 실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수 후 'SM 3.0'의 시행이 본격화해 아티스트들이 활발히 활동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에서다. 'SM 3.0'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가 떠난 후 에스엠 측이 내세운 새 경영 전략이다. 멀티 레이블 체제 설립 등을 골자로 한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보다 반가운 성과는 멀티 제작 센터"라며 "시스템이 안착하면서 3분기부터 전체 아티스트들이 모두 활동하고 있으며 하반기 보이그룹 'RIIZE' 등 2개 그룹이 추가 데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연간 에스엠의 영업익 추정치는 15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17% 늘어난 521억원이었다. 6개월 전 제기됐던 추정치(1239억원)에 비해 22% 높은 수치다. 지 연구원은 "음악 유통 부문에서 특히 카카오와 전략적 시너지가 발휘될 것"이라며 "에스엠과 카카오엔터의 북미 법인을 통합하면서 에스파 등 기존 스타들의 미국 진출을 돕고 해외 레이블과 매니지먼트 파트너쉽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성만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에스엠은 매출액은 높았지만 영업이익, 순이익이 상대적으로 낮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지 못했다"며 "카카오 인수 후 지배구조, 재무구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에스엠 공개매수가 회복 임박했지만…본진 주가는 부진
다만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시기상조라는 시각도 있었다. 최근 중국 정부가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며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전면 해제될 것이란 관련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 연구원은 "한국만 콕 집어서 단체관광을 허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한 기대는 금물"이라며 "단체 여행이 엔터사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짚었다.이어 "중국 내 한국 아티스트의 활동 제한이 해제되면 에스엠을 비롯한 엔터사의 실적이 크게 뛸 것"이라면서도 "해당 조치는 완전한 한한령 해제를 의미하기 때문에 시행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카카오는 에스엠의 주가가 급등해 부담을 한결 덜었다. 인수 당시 공개매수가(주당 15만원)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업이 부진해 앞으로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카카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7% 줄어든 1135억원이었다. 에스엠의 기여분 128억원(상각비 제외)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4.5% 감소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카카오는 주요 사업부의 성장이 둔화하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를 늘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신사업이 안착하고, 카카오 재편 효과를 누리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카카오 투자자들은 에스엠에 좋은 일만 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한 투자자는 온라인 종목토론방에서 "인수 후 에스엠은 날아가는 데 카카오는 왜 이러냐"며 현재 상황을 지적했다. 3월 말 6만원 수준이던 카카오의 주가는 현재 5만원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카카오는 사법 리스크도 안고 있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개인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사경은 김 센터장을 비롯한 카카오 최고경영진이 에스엠 시세조종 의혹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4월 6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사무실도 압수수색했으며 같은 달 18일에는 서울 성수동 에스엠 본사에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