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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기획 과하다" 지적에도 판 키운 잼버리…혈세 '펑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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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원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행사에 앞서 “잼버리 행사의 본 취지를 넘어설 정도로 기획이 과도하다”는 취지의 지적을 내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행사를 준비한 전북도청과 한국스카우트 연맹, 여성가족부는 이 같은 지적을 귀담아듣지 않고 오히려 판을 키웠다. 과도한 행사에 예산을 쓰다 정작 기본을 놓쳤단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0년 12월 내놓은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간이타당성 조사 결과보고서’에서 새만금 잼버리가 195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며 “기존 세계 잼버리 행사(50~60개)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많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프로그램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문제 삼았다. 잼버리 취지와 관계없는 보여주기식 활동이 많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구체적으로 프로그램 분야 중 ‘모험’에 포함된 수상스키와 윈드서핑, 인공암벽, 초경량항공기, 챌린지 밸리 등을 예로 들며 스카우트 잼버리 과정 활동과 어울리지 않거나 과도한 시설투자가 필요한 것들이 다수 포함돼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이번 행사에서 12일간 48종 143개의 영내 프로그램과 9종 31개 영외 프로그램 등 총 174개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당초 계획했던 195개보단 줄어들었지만, 연구원이 기준으로 삼은 프로그램 숫자인 50~60개보다 약 세 배 많다.

준비된 프로그램들은 계획대로 이뤄지지도 않았다.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쏟아지는 상황서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대원들의 행사 이탈 등이 겹쳐서다. 대회 후반부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스카우트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지를 벗어나면서 급조된 관광·견학 위주로 행사가 진행됐다.

연구원의 보고서는 도청이 연구용역을 맡기면서 이뤄졌다. 도청은 2020년 10월 연구원에 2500만원을 주고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간이타당성 조사 연구용역’을 맡겼다. 유치 전 약 491억원으로 계획됐던 새만금 잼버리의 총사업비가 2020년 약 998억원으로 급격히 늘어나서다. 기획재정부 훈령인 국제행사의 유치·개최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국제행사 계획과정서 총사업비가 20% 이상 증가한 경우 변경된 사업 계획이 적절한지 전문 기관에 검토를 의뢰할 수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 같은 위생시설부터 기반 시설까지 행사의 기초에 집중하지 않고 행사를 화려하게 꾸미려다 실패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연구원의 조언과 달리 새만금 잼버리 총사업비는 998억원에서 오히려 더 늘어났다. 조직위는 지난 7일 내놓은 보도자료서 이번 대회에 1171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이마저도 태풍의 영향으로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지를 떠나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추가 투입된 숙박비·식비 등 제반 비용은 제외한 금액이다.

이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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