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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기후변화, 이종 인류 간 성관계 촉진" 사이언스紙에 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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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기후변화가 인류간 종을 뛰어넘는 성관계를 유도했다는 이색적 연구 결과가 세계 3대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단장 악셀 팀머만)은 기후변화가 초기 인류 종들의 상호 교배 시기와 장소를 결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음을 규명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슈퍼컴퓨터 기반 고기후 식생 시뮬레이션 결과와 고인류학적 증거를 결합해 연구했다.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호모사피엔스와 함께 가장 최근까지 생존했던 인류의 조상이다. 서식지는 서로 달랐지만 수 만년간 동시대에 살며 유전적 교류가 이뤄졌다. 현재 인류에 남아있는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의 DNA가 이를 증명한다.

이들 간 교배가 흔했다는 증거는 2018년 처음 나왔다.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한 동굴에서 발견한 화석이 데니소바인 아버지와 네안데르탈인 어머니를 가진 13세 소녀였다는 점이 밝혀졌다. 2022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스반테 페보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장이 이 연구를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IBS 연구팀은 종간 교배가 언제, 어디서 이뤄졌는지를 추정했다. 데니소바인은 툰드라와 냉대림과 같은 추운 환경을 좋아했다. 네안데르탈인은 온대림과 초원지대를 선호했다.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 이들은 약 32만년 전~21만년 전 사이 만나 교배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서 간빙기가 올 때 온대림이 북유럽에서 유라시아 중앙부 동쪽까지 퍼졌고, 이에 따라 네안데르탈인이 데니소바인의 서식지까지 가는 통로가 열렸다는 설명이다.

연구를 이끈 팀머만 단장은 "빙하기-간빙기 변화가 오늘날까지 유전의 흔적으로 남아있는 이종 인류간 '러브스토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IBS 기후물리연구단은 사이언스지에 같은 날 실은 또 다른 논문도 소개했다. 약 112만년 전 발생한 북대서양 냉각 현상이 당시 유럽을 인간이 살지 않는 폐허 공간으로 만들었다는 내용이다.

약 10만년 전 멸종한 고대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는 18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중앙 유라시아로 이주했다. 이후 서유럽으로 거주지를 확장하면서 150만년 전엔 이베리아반도(남유럽)까지 진출했다. 조지아, 러시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화석 증거들이 발견됐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110만년 전~90만년 전 사이엔 인류가 유럽에 살았다는 증거가 없었다. 이를 두고 증거가 발견되지 않은 것인지, 실제로 인류가 거주하지 않았던 것인지 논쟁이 계속돼 왔다.

연구단은 해양퇴적물 코어에 저장된 작은 식물 화분(꽃가루)에 주목했다. 강과 바람은 인접한 땅의 작은 화분을 바다로 옮기고, 화분은 이내 바다 깊이 가라앉는다. 이렇게 축적된 화분을 분석하면 지역 식생과 기후를 유추할 수 있다. 연구단은 200만년에 걸친 고기후-인간 서식지 모델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과 포르투갈 해안 해저에서 채취한 퇴적물 코어 자료를 결합해 분석했다.

분석결과 연구단은 112만7000여 년 전 약 20도 정도였던 북대서양 동부 수온이 이후 7도까지 낮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런 급격한 냉각 현상이 남유럽과 서유럽 식생을 인류가 거주하기 부적합한 사막과 같은 환경으로 바꿨다는 설명이다. 이후 약 90만년 전 즈음 추위에 강한 '호모 안테세소르'란 종이 등장해 인류 역사를 다시 써내려갔다고 연구단은 분석했다.

팀머만 단장은 "북대서양 온도 변화는 남유럽 식생과 인류 식량 문제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인류 역사는 기후 변화에 의해 형성된다는 증거에 (새로운) 한줄을 덧붙인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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