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0년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했다.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한 인도에서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략을 점검했다. 현지 시장 2위인 현대차그룹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로 1위인 일본 마루티스즈키를 제치겠다는 계획이다.
첸나이 공장에서 인도 전략 점검
정 회장은 8일 인도 첸나이 현대차 공장을 찾아 직원들과 생산·판매 분야 중장기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인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글로벌 자동차 밸류체인 재편 동향도 파악했다. 세계 최대 ‘인구 대국’인 인도는 지난해 476만 대의 신차가 판매된 글로벌 3대 자동차 시장이다.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의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테슬라 등 글로벌 전기차 기업이 앞다퉈 인도 투자 계획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SUV와 전기차로 승부할 계획이다. 지난달 출시한 경형 SUV ‘엑스터’에 이어 인도에 특화된 SUV를 계속 내놓을 예정이다. 2032년까지 전기차 5종을 추가 투입하고, 2027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39개까지 확대한다. 셀토스 등으로 현지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기아는 2025년부터 맞춤형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고, 목적기반차량(PBV) 등을 공급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시장 2위 업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80만7067대를 판매한 데 이어 올해 7월까지 전년 대비 8.8% 증가한 50만2821대를 판매했다. 올해 목표는 지난해보다 8.2% 높은 87만3000대다. 생산 능력도 늘리고 있다. 올해 추가 투자를 통해 기존 77만 대에서 82만4000대로 늘린 데 이어 하반기엔 제너럴모터스(GM)의 탈레가온 공장(연산 13만 대) 인수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이데라바드 기술연구소도 찾아
정 회장은 이날 첸나이 공장이 있는 타밀나두주의 M K 스탈린 주총리를 만나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현대차와 타밀나두주는 지난 5월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부터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약 3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팩 공장 신설, 전기차 라인업 확대, 타밀나두주 고속 충전기 100기 설치를 추진한다.정 회장은 전날엔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를 찾았다. 연구소에서 인도 연구개발(R&D) 전략을 점검하고 현지 전기차 시장 동향을 확인했다. 이 연구소는 국내 남양연구소와 협업해 인도 현지에 적합한 차량을 개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인도 현지어 음성인식 기술 개발 등 미래 모빌리티 연구 중추로서 역할을 확대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인도 전기차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 입지를 빠르게 구축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고객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소가 인도에서의 현대차그룹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대차는 1998년 첸나이 공장을 건설하며 인도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2019년 인도 아난타푸르 공장을 준공한 기아는 약 4년 만인 지난달 누적 생산 100만 대를 달성했다. 지난해 기준 마루티스즈키가 현지 점유율 41.3%로 1위를 지키는 가운데 현대차·기아(21.1%), 인도 타타자동차(13.8%)가 뒤를 잇고 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