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칼부림'과 서현역 칼부림' 사건 이후 연이은 살인 및 칼부림 예고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한 가운데, 위험 지역을 알려주는 사이트가 등장해 화제다. 특히 이 사이트는 만 19세에서 22세로 이뤄진 대학생 4명이 만들어 눈길을 끈다.
'위험 지역 알리미' 사이트 '테러리스(terrorless)'를 만든 대학생 그룹의 이름은 '01ab'. 공동대표를 맡은 하버드대 컴퓨터과학·생명공학과 조용인(22세)과 펜실베니아 대학교 네트워크 사회학·컴퓨터 공학과 신은수(22세),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경제학과 이기혁(20세),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 사회학과 안영민 (19세) 4명의 학생으로 이뤄졌다.
이 사이트는 지난 6일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틀째를 맞은 8일 오후 5시 기준 누적 10만명이 방문했을 만큼 시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30분 단위로는 9000명가량이 이 사이트를 찾아 살인 및 칼부림에 대한 정보를 얻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경닷컴이 시민들과 관심과 불안함 속 사이트를 개발한 01ab 멤버들에 직접 사이트 개설 취지와 목표 등을 물었다.
01ab는 한경닷컴에 사이트 개발 취지에 대해 "01ab 운영자 모두 대학생으로, 미국 유학 생활에 대한 경험을 직간접적으로 가지고 있다"며 "미국 유학 생활을 하며 크게 불편했던 점 중 하나는 '내가 도대체 왜 길가를 걷는데 누군가에게 총 맞는 걱정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고 다녔다는 것 자체"라고 운을 뗐다.
"유학 생활 매 순간 '치안 강국'인 대한민국이 정말로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귀국해 보니 한국에서도 똑같이 지하철을 타며, 길거리를 걸어 다니며, '누군가가 나에게 칼부림을 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일상생활에서 하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한국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 저희로서는 이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이용자분들께서는 저희 테러레스 서비스를 통해 조금이나마 '일상에서의 불안감을 해소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 서비스를 출시하게 됐습니다."01ab는 어떻게 전국 각지에 흩어진 살인 및 칼부림 예고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을까. 이들은 답변에 앞서 시민 모두 온라인상에서 범죄 예고 글을 접했다면, 언제든지 쉽게 빠르게 본인들에 사건을 제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01ab는 "웹사이트 하단의 '제보하기' 버튼을 눌러 범죄 예고 시간, 예고 장소, 관련 게시물 업로드 시점과 이러한 정보를 발견한 온라인 뉴스 기사, 커뮤니티 게시물의 링크를 기재해야 한다"며 "만약 출처가 존재하지 않거나 불분명하면 저희는 검증할 수가 없다. 저희가 출처로 판단하는 기준은 1. 기사 2.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및 게시글 3. 스크린샷(화면 갈무리) 순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SNS나 커뮤니티 게시물이 출처로 제보될 경우, 실제 범죄 예고 글의 스크린샷이 포함돼있는 게시물만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스크린샷이 포함돼있던 게시물이 지워지고 스크린샷만 제보되는 경우도 간혹 존재한다. 이런 경우에도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묻지마' '테러' 사건들을 올리는 사이트로 운영되고 있어 학교나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칼부림 사건은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테러리스는 수익의 목적으로 개발된 사이트가 아닙니다. 저희의 바람은 오직 하나, 대한민국 사회가 다시 안전해져서 이 웹서비스가 하루빨리 종료되는 것입니다."아울러 이들은 "01ab의 꿈은 특정 분야의 '최고'들이 모여 이룬 하나의 비전을 가진 커뮤니티 집단이 돼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01ab는 "저희 개개인의 아이디어와 능력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력과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싶다"며 "물론 저희 01ab 팀원들이 현재 이미 '최고' 인물들이 됐다고 단언할 수도 없고, 그러기 위해 갈 길은 멀지만, 차근차근 저희 주변의 소소한 사회적인 이슈를 해결해 나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01ab의 구성원들을 만나며 천천히 그 꿈에 다가가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8일 오전 9시까지 전국에서 '살인 예고' 글 작성자 6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피의자의 절반이 넘는 34명이 10대 청소년이었으며, 형사처벌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