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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살 이유 없어졌다"…자동차세 개편 움직임에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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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세 개편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서자 세금 인상 가능성이 있는 전기차 차주들 사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들이 제도 개편 시 자동차세를 더 내야 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8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자동차세 산정 방식의 변경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국민참여토론이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대통령실은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한 후 국민제안심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권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자동차세는 배기량에 따라 cc당 18~200원(영업용 18~24원)을 부과하고 있다. 다만 전기·수소차는 배기량이 없기 때문에 정액 10만원으로 책정된다.

이 때문에 1억원이 넘는 수입 전기차의 자동차세가 국산 준중형 세단보다 세금이 더 저렴한 경우가 발생한다. 일례로 약 1600cc의 아반떼(1.6 가솔린)의 연간 자동차세가 29만원인데 반해, 1억원이 넘는 테슬라 모델X의 자동차세는 연간 13만원(지방교육세 포함)이다. 전기차가 대중화되고 있기 때문에 배기량 중심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대통령실 국민제안 홈페이지에 올라온 '자동차세 등 배기량 중심의 자동차 재산 기준 개선' 국민 토론 글에는 추천 수가 830회로 비추천(128회)보다 높으며, 자동차세 개편에 대한 지지 여론이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로 보인다. 국민참여토론 페이지에 의견을 올린 한 토론자는 "자동차세는 재산세와 같이 취급되므로 차량 가격 기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며 "다만 대기환경 문제, 생활환경 문제, 신체장애 문제 등을 고려한 증감은 필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자동차 시장 가격에 더해 환경을 파괴하는 차에 대한 과세 등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전기차 차주들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자동차세 개편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자동차세를 더 내야 할 처지의 차주들은 "친환경차로서의 이점이 사라졌다"고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전기차 차주 A씨는 "매연 없는 친환경차인데, 자동차세에도 이러한 점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기차 차주는 "취·등록세로 이미 세금을 내는데 차량 가격 기준 자동차세 부과는 이중과세"라며 "개편되더라도 친환경 취지는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차량 가격 기준 세금 부과를 옹호하는 전기차주들도 있었다. 전기차 차주임을 밝힌 한 누리꾼은 "전기차는 세법을 수정하는 게 맞다"라면서 "4000만원부터 1억원이 넘는 차까지 동일한 세금을 내는 것은 불합리"라고 적었다.

자동차세 개편을 두고 친환경 자동차 산업 확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전기차 차주는 "잠재적 전기차 구매자들 입장에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전기차를 살 이유가 없어 보인다"며 "유지비까지 상승하면 전기차 애호가를 제외하고 누가 전기차를 타려고 하겠나. 친환경 차 보급정책 포기선언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전기차 살 이유가 없어졌다"며 푸념했다.

다만 자동차세 개편 자체를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 특히 세제 개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국과의 조약과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지적에 나서는 분위기다. 2011년 통과된 한미 FTA 비준안에는 '대한민국이 차종별 세율 차이를 확대하기 위해 배기량 기준에 기초한 새로운 조세를 택하거나 기존의 조세를 수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배기량 기준의 자동차세 부과가 재산이나 환경오염 등 자동차가 가지는 복합적인 성격을 골고루 반영한다는 점도 자동차세 개편 반론 중 하나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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