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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연기, 진짜 연기 아닌 그냥 연기 전한 손석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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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는 시즌1 공개 후 2년 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시즌2(이하 '디피2')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위상이 변화한 배우다. 지난해 방송된 JTBC '나의 해방일지'로 수많은 '추앙자'들이 생겼고, 영화 '범죄도시2', 디즈니 플러스 '카지노' 시리즈까지 흥행하면서 연기파 배우라는 입지를 굳혔다. 최근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극 '나무 위의 군대'까지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디피2'에서의 존재감도 달라졌다. 시즌1에서는 손석구가 연기한 헌병대 대위 임지섭은 시끄러운 일에 휘말리지 않고,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간부 캐릭터였다. 몇 장면 등장하지 않지만 강력한 신스틸러였다는 반응이었다. '디피2'에서 임지섭은 각성하고 변화하며 '그래도 사람이 양심은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여주는 인물로 성장했다. 이런 변화와 분량의 차이에 일각에서는 "손석구의 인기에 비중이 커진거 아니냐"는 반응도 나왔다. 손석구는 "나도 그런 글을 본 적 있다"고 웃으면서 "대중극에서 인기에 따라 비중이 달라지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한준희 감독은 그럴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나무 위의 군대' 기자간담회 발언으로 불거진 '가짜연기', '진짜 연기' 논란에 대해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그냥 '연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 '디피2'가 공개된 후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출연 배우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시즌1이 있었으니 기대치가 있지 않겠나. 우리는 새로운 무언가를 해보자는 열의가 컸고, 그 부분이 공개 초반엔 익숙하지 않아 (시청자 입장에선) 당혹스러움이 있고, 호불호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며칠간의 반응을 보니 시간이 가면서 시즌2만의 모습, 매력을 봐주시는 거 같다. 배우로서 매우 만족한다.

▲ '디피2'에서 가장 큰 변화를 있던 캐릭터가 임지섭이었다.

변화의 씨앗은 시즌1 엔딩에서 시작됐다. 임지섭이라는 캐릭터가 빌런까진 아니었지만, 주인공인 준호(정해인 분), 호열(구교환 분)의 의지와 반대에 있던 인물 아니었나. 그래서 바로 변화를 갖기 보단 대척점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후 후배의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변곡점을 맞는다.

▲ 손석구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시즌1에 비해 가장 크게 변화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임지섭의 분량에 변화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말도 있더라.

'디피2' 대본은 상당히 오래전에 받았다. 물리적인 분량이 늘어났다 보다는 제가 생각하기에 시즌1보다 시즌2에서 캐릭터의 변화가 커서 그렇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싶다. '디피2'에서 후배 에피소드가 나오는 4회 '불고기괴담'을 제외하고는 제 분량이 또 그렇게 엄청나게 늘어난 건 아니다.(웃음) 인지도 때문에 분량이 늘었다는 글을 저도 봤고, 한준희 감독님이 그에 대해 답한 것도 읽었다. 인지도에 따라 분량이 달라지는 게 상업극에서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저에 대한 건 한준희 감독님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한 감독님은 본인 콘텐츠에 엄청난 자긍심을 갖고 있다. 적어도 제가 아는 한 감독님은 그런 것에 영향을 받을 사람이 아니다.

▲ '불고기괴담'은 임지섭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한 감독님은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독립된 장르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불고기괴담'은 미스터리 공포 장르의 영화처럼 푸는 부분이 있어서 굉장히 장르적이고 연극적이다. 장소도 GP로 튀면서 임지섭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게 저는 재밌었다. GP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오는 폐쇄성에서 오는, 그 분위기가 외부인에게는 공포로 다가온다. 신선하고 재밌는 도전이었다.

최현욱이라는 배우와도 연기 대결은 아니었고, 정말 재밌게 찍었다. 번했다. 제가 꼰대 같지만, (최현욱의) 나이가 정말 어리더라. 20대 초반이었는데 너무 잘해서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냐'고 계속 물어봤다. 저는 연기를 늦게 시작하기도 했고, 10년 정도 연기를 해야 그렇게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하게 됐는데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디피'에 젊은 병사 연기하는 배우들이 많이 나온다. 저는 놀라웠다. 왜 이렇게 연기를 잘하나. 많이 느꼈다. 얄밉다가, 안타깝다가. 대단했다.

▲ 정해인이 연기한 준호와 이번에 많이 호흡했다.

준호 역할 하려면 액션을 엄청나게 해야 한다. 몸이 진짜 좋다. 친하니까 만나면 해인이 팔뚝 만져보는데, 엄청나다. 그리고 워낙 운동을 좋아하더라. 굉장히 진중한 친구라 준호랑도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저도 '범죄도시2' 하면서 액션 배우고 했지만, 저는 호열의 구강 액션이 더 맞는다.

▲ 임지섭이 이혼했다는, 전 아내와 마주한다는 설정도 등장했다.

시즌1에서 임지섭이 이혼남인 걸 모르고 연기했다. 악착같이 병사 굴리고 윗선에 비굴한 건 가족 때문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가족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혼남에 아이에게 연락을 못 한다는 대본을 보고 당혹스러웠다. 전 아내는 얼굴만 봐도 치를 떠는데, 직장에서 만날 수밖에 없고, 이런 설정은 시즌1 연기할 때 계산에 없었다. 임지섭이라는 인물이 상황에 나름 유연하게 대처하는 인물이라 생각해서 엄청나게 바뀐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냥 임지섭의 한 요소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즐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여군이 나오면서 환기가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임지섭 대위가 나와서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 작품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어떤가.

저는 대만족이다. 작품에 대해 만족하냐, 못하느냐의 판단은 결과물뿐 아니라 과정도 영향을 끼친다. '디피'는 시즌1도 시즌2도 촬영하면서 '결과 떠나 만족'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즐거웠다. 시즌2 첫 촬영도 어제 찍고, 오늘 또 찍는 느낌이었다. 연속되는 이야기, 심화하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촬영할 땐 똑같다. 촬영하러 가면 많이 나오는 신, 적게 나오는 신 작업 과정은 동일하다. 그래서 부담도 없다. 극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무거워진다고 해서 부담이 되는 건 없다. 한준희 감독님과는 이전부터 많은 작업을 했고, 잘 맞는다. '디피2'를 찍을 땐 설렘이 컸지, 부담은 없었다.

▲ '진짜 연기, 가짜연기' 발언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배우 남명렬에게 사과했다고 했는데, 관계에 변화가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사과드린 이유가 친구들과 놀리면서 장난스럽게 한 얘기로 기분이 나쁘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가짜연기, 진짜 연기 정의도 없다 생각한다. 그거에 대해 말이 길어지는 순간, 말뿐인 거지 쉽게 얘기해서 말꼬리 잡기 밖에 안되는 거다. 연기면 연기지, 그 앞에 수식어 붙일 필요도 없을 거 같다. 선배님께는 편지에 '연극을 꼭 보러 와달라' 연락을 드렸는데, 아직 개인적으로 뵌 적은 없다. 선배님도 지금 연극을 하고 계신 걸로 안다.

▲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는 말처럼, 말의 무게를 느낄 듯하다.

선한 의도가 있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말이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잘못 전달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걸 제가 바로 잡는 게 중요하고, 선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제가 뱉는 한마디 한마디 모든 걸 다 조심하는 건 순서상 맞지 않는 거 같다. 솔직한 의도를 갖고 말하고, 그러다 잘못 전달되면 사과하고, 바로잡으면 되지 않을까.

▲ 인기를 체감하나.

일상의 변화는 없다. 매니저에게 농담으로 '우리 이제 그만 보자'고 할 정도로 매일 보고. 어젠 오랜만에 카페에 갔다가 한 시간 정도 집까지 걸어왔는데, '아, 내가 요즘 정말 안 걸었구나' 싶긴 했다. 이렇게 더운 줄도 몰랐다. 날씨를 체감하지 못할 정도로 매일 스케줄을 했다.

'디피'를 찍으면서 '카지로' 촬영을 했고, 저는 계속 작품들을 병행했다. 그게 좋았다. 집중도도 오히려 올라가고. 그런데 이번에 연극이 다음 주면 끝나는데, 처음으로 3개월 정도 쉰다. 정신적으로 힘든 건 아닌데 육체적으로 쉬어야겠더라.

▲ 아버지 회사와 같은 재력이 알려지고, 열애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생활에 대한 관심도 커진 거 같다.

부담이라는 표현보다는 말 그대로 사생활이다. 작품에 관해 얘기할 땐 거리낌이 없다. '디피2'에 대해 얘길 하는 건 제가 배우이기 때문에 직업에 대해 말하는 거다. 이제 많은 대중도 연예인이라고 공인이라곤 안 하지 않나. 사생활에 그렇게 관심 갖는지도 잘 모르겠다. 저도 그렇게 얘기하고 싶진 않고. 그렇게 관심을 갖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 '디피' 시리즈는 손석구라는 배우에게 어떤 작품인가.

'힐링'이었다. 현장에 가면 모든 스태프가 자기 분야에서 프로다. 바쁜 일상 속 휴가를 다녀오는 느낌이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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